해양 깃대종인 서해 점박이물범은 겨울철이 되면 북쪽 중국 보하이 만(灣, 발해만) 바다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기른다.
하지만 여름에는 중국 상하이 부근 바다까지도 남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자연자원부 제1 해양연구소 등 연구팀은 최근 서해(황해) 점박이물범(Phoca largha)의 이동 실태와 보호 방안을 담은 논문을 '통합 동물학(Integrative zo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 환경부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이다.
점박이물범 10마리 추적 조사
연구팀은 2010~2020년 서해 곳곳에서 구조됐던 점박이물범 23마리에 무선 신호기를 부착해 방사한 뒤 위성으로 추적하면서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실제 분석은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이동 상황이 기록된 10마리를 대상으로 했다.
추적 결과, 일부 점박이물범은 겨울 동안 보하이 만에서 지내다가 5~7월에는 한반도 남해안 완도 부근까지 내려오기도 하고, 중국 양쯔 강 하구까지 진출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는 점박이물범이 이례적으로 목격됐는데, 2월 11일에는 사체로 발견됐다.
서해 점박이물범은 겨울철엔 보하이 만 바다 얼음 위에서 번식하는데, 최근에는 얼음 없는 보하이 해협 남부 섬에서 번식하는 경우도 관찰되고 있다.
번식기(12~2월)에는 점박이물범의 월별 잠재적 서식지가 집중되는 형태로 나타났고, 이동기(5~7월)에는 넓게 퍼지는 형태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진행, 잠재적 서식 범위를 산출했다.
겨울철에는 분포 범위가 1만9000㎢에 불과했지만, 5~7월에는 20만㎢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1만9632㎢는 보호 '1순위' 해역
월별 서식지 중심점(기하 중심)의 위치를 보면, 1월과 2월 사이에는 18.75㎞밖에 이동하지 않았지만, 7월과 8월 사이에는 230㎞나 이동했다.
겨울에는 별로 이동하지 않고, 초여름에는 넓게 퍼져 있다가 여름 늦게 북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점박이물범이 8개월 이상 관찰되는 면적은 1만5473㎢에 달하며, 주로 발해 북부와 발해 해협, 중국의 동쪽 연안 등이 해당한다.
연구팀은 모델링을 통해 보호 우선순위가 '매우 높음'인 해역이 1만9632㎢(발해만, 서해, 동중국해 일부 등 연구 대상 해역 54만8290㎢의 3.5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보호 우선순위가 '높음'인 해역이 4.52%, '보통'이 8.5%, '낮음'이 16.4%, '매우 낮음'이 67%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보호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보호한다면, 서해 점박이물범의 멸종 위험은 35%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우선 보호 대상 지역 가운데 80%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해양 보호구역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일부 점박이물범 밀렵도 관찰되고 있어 보호구역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가로림만은 2016년 보호구역 지정
중국 연구팀은 아울러 점박이물범의 보호를 위해 한반도 서해안에서 5~8월에 조업을 금지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백령도 해역에는 2022년 기준 300마리가량이 서식하고 있으나, 어민들의 반대로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어민들은 이미 점박이물범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경우 지나치게 어업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대신 서해 가로림만 92.94㎢가 지난 2016년 점박이물범과 흰발농게(Austruca lactea)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해양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모래 채취나 대규모 매립 등의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전 세계적으로 성숙한 개체 수가 32만 마리로 파악되고 있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는 '멸종 우려' 대상으로 등재됐다. 대부분은 베링 해와 오호츠크 해에 분포하고 있다.
발해와 서해 지역에는 전 세계 점박이물범의 0.31%만이 살고 있으며, 유전적으로 독립된 집단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인천녹색연합은 30일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점사모) 창립 10주년을 맞아 회원 강인석 씨 등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점사모는 2009년부터 점박이물범 생태해설가 교육을 받은 주민 20여 명이 2013년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으로, 백령도 인근 하늬바다 물범바위 중심으로 점박이물범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백령도 전 해안 점박이물범 동시 조사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