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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교통 110억, 야시장 20억…지방소멸 기금 이렇게 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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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다. 충북 영동과 옥천을 거쳐 청주시 문의면으로 흐르며, 댐 하류 대전시를 거쳐 금강으로 흐른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다. 충북 영동과 옥천을 거쳐 청주시 문의면으로 흐르며, 댐 하류 대전시를 거쳐 금강으로 흐른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은 인구 5만명이 안되는 인구감소지역이다. 옥천군은 지난해 대청호에 도선(渡船)을 운항하겠며 정부로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 110억원을 받았다. 주민 교통수단이 될 도선은 안남면 연주리~옥천읍 수북리~군북면 막지리 26㎞구간을 2025년부터 운항할 예정이다. 지방소멸기금으로 도선을 사고 선착장 등을 만든다. 하지만 이 사업이 지방소멸을 막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단순 주민 불편 해소 차원 사업이기 때문이다.

#기획: 곳곳이 구멍, 지방이 무너진다

문화·관광사업 투자가 지방소멸대응?   
지난해부터 정부가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중 상당 부분이 인구 감소 지역의 정착 여건을 개선하는 데가 아니라 잠시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이른바 ‘생활인구’를 위해 쓰이고 있다.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씩 지원하는데, 특히 일회성 문화ㆍ관광사업이 많다.

30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국회부의장)실에 따르면 행전안전부에 제출된 ‘2022~2023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가운데 지난해 제출한 508건 중 문화·관광사업이 130건(2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 89곳, 관심지역 18곳 등 시·군·구 122곳이 낸 투자계획을 분석한 결과다. 관심지역은 앞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 철원 소이산에서 운영 중인 모노레일. 사진 철원군

강원 철원 소이산에서 운영 중인 모노레일. 사진 철원군

모노레일 설치, 파크골프장도 포함

이 가운데 전북 임실은 ‘牛(우) 푸드플레이스’ 조성사업 계획서를 냈다. 지역 한우 전문 판매장을 만드는 것으로 사업비는 23억원이다. 이와 함께 강원 철원군은 소이산 역사문화공원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은 반려동물 훈련장·쉼터 조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백두대간 힐링 펫 빌리지 조성 사업 계획을 내놨다.

인구 3만5419명인 전남 장흥군은 토요일 야(夜)시장이 열리는 강변도로에 야간 경관을 꾸미겠다며 지방소멸기금 20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수상 교통망이나 야시장 경관사업이 인구증가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파크골프장 조성도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제시됐다. 경남 의령군은 하천부지 7601㎡에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짓겠다며 10억원을 투자해달라 했다. 충남 논산시도 파크골프장(20억원) 조성 계획을 내놨다. 이들 지자체는 “파크골프장이 지역에 활력을 주고 정주 여건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내놓은 이런 계획을 평가한 뒤 등급을 5단계(A~E)로 나눠 지난해와 올해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차등지급했다. 인구감소지역은 112억원~210억원, 관심 지역은 28억~53억원이다. A등급을 받은 경북 의성은 청년층 유입요인이 될 청춘 공작소사업이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 운영 등 7개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분하고 있지만,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행안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89개 시군구의 올해 4월과 지난해 같은 시기 인구를 비교해보니 81곳(91%)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국회부의장) 모습. 뉴스1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국회부의장) 모습. 뉴스1

천문학적 예산 쏟지만 효과는 글쎄

이 때문에 지방소멸기금이 자칫 저출산 대책처럼 예산만 쓰고 효과는 없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출산율’을 높이려 280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합계 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방식을 바꿨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는 지자체에 더 많은 돈을 줄 방침이다. 최고 등급평가를 받은 자치단체의 내년도 배분금액을 120억원에서 최고 144억원으로 20억원 이상 올렸다.

정우택 의원은 “기금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마중물’로 써야 한다”며 “일회성·행사성 사업 아닌 인구 감소대응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고, 특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철저히 성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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