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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검증 안받는 장관급' 선관위 사무총장, 자체 청문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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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위원장 노태악 대법관)가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자체 청문회 개최 등 검증 장치 강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진 사퇴한 박찬진 사무총장이나 송봉섭 사무차장이 임명될 당시 면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며 “차기 총장을 뽑을 때는 자체적인 청문회를 통해 검증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이 있어 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체 청문회를 도입한다면 내·외부 청문위원이 후보자와 대면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은 장관급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같은 장관급인 선관위 상임·비상임위원은 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가운데)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가운데)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무총장에 대한 공개 검증 장치가 없어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게 선관위 진단이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회는 법 개정 사안이므로 내규 개정을 통해 선관위 자체적인 청문회를 고려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사무총장 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기류는 ‘외부 수혈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관위 관계자는 “외부 인사를 모실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라며 “리더십과 강단을 모두 갖춘 분을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해커톤 '청년ON다' 공개오디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해커톤 '청년ON다' 공개오디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박찬진 총장의 경우, 2018년 조사국장(2급)→2019년 선거정책실장(1급)→2020년 사무차장(차관급) 순으로 승진했다. ‘소쿠리 투표’ 논란과 자녀 채용 문제로 지난해 3월 자진 사퇴한 김세환 전 총장도 2016년 조사국장→2017년 선거정책실장→2018년 기획조정실장·사무차장으로 승진하는 등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관위 내부적으로 ‘총장 할 사람’이 정해져 있는 분위기인데 이를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자녀 특혜채용에 대한 대책도 논의하고 있다. 경력 채용 인원의 숫자를 줄이고, 경력직이 필요할 경우 특정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채용하는 방안이다. 선관위 경력 채용은 2018년 26명에서 지난해 75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공개채용은 같은 기간 110명에서 77명으로 줄었다.

이만희 의원(왼쪽)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스1

이만희 의원(왼쪽)을 비롯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스1

외진 지역이라는 이유로 공고 없이 채용이 진행되는 ‘벽오지 채용’도 폐지될 전망이다. 송봉섭 차장 자녀는 2018년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에서 충북 선관위로 옮겼는데, 공고 없이 채용됐다. 선관위는 해킹 대비책으로 보안 전문가를 개방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는 이같은 개선방안을 31일 중앙선관위에 보고한다. 이날 박 총장과 송 차장 면직 안도 처리된다. 두 사람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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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

한편 노태악 위원장은 30일 긴급 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과천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응할 때까지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다.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녀 특혜 채용 관련해서는) 앞으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자녀 특혜채용 관련해 선관위 5급 이상 공무원 중 추가로 5명이 연관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가 막힌 복마전 같다”며 “전 직원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해야 하고, 철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차장 교체 수준이 아니라 조직이 환골탈태하는 형태의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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