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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떼기'로 사라진지 19년...팬덤정치 해법 '지구당' 부활 조짐

중앙일보

입력

정치권에서 ‘팬덤 정치’에 대한 성토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당 제도를 19년 만에 부활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모습. 김성룡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모습. 김성룡 기자

3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구당과 관련된 법안을 논의했다. 정당의 지역조직을 뜻하는 지구당이 사무실을 두고 당 정책 홍보나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을 합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구당은 후원회를 두고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21대 국회에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8월에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을 비롯해 9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복수의 정개특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는 ‘지구당 부활’과 관련한 대부분의 협의를 마쳤다.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정치자금법이 많이 강화돼, (지구당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다”며 “후원금 회계 신고 및 유급사무원 숫자 등 이견이 있던 부분도 거의 좁혀졌다”고 밝혔다. 정개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도 “곳곳에서 불법으로 운용 중인 지구당이 수면 위로 나오면 오히려 더 투명하게 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003년 12월 15일 대선자금과 관련, 회견을 한 뒤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003년 12월 15일 대선자금과 관련, 회견을 한 뒤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지구당은 1962년 정당법이 제정된 이해 40여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을 계기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이후 정치권은 정치개혁 바람을 타고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서울시장)이 주도한 ‘오세훈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지구당을 폐지했다. 이후 지구당 역할은 시·도당 단위로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 안팎에선 지구당 폐지로 양당의 ‘팬덤정치’가 외려 극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구당 폐지로 인해 책임성이 부족한 익명 당원들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며 “지구당은 당원 관리를 통해 책임 있는 당원들이 의사 결정을 주도하게 만들어 과다 대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도 “팬덤 정치 극복을 위해서는 지구당이 필수”라며 “천만 당원들의 얘기를 골고루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있다. 뉴스1

다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인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이 커진 상태여서 ‘지구당 부활’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의원제 등으로 논란이 많은 시점에 지구당 부활을 밀어붙이는 게 맞냐는 의견이 있다”며 “적절한 타이밍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의원들의 반대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위원장들도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게 돼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개특위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왜 원외 위원장 좋은 일을 해주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며 “현역부터 기득권부터 내려놓아야, 지구당이 팬덤 정치의 제도적 대안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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