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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작가 강이연이 풀어낸 황금비율의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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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황금비율의 근원은 무엇일까. 뉴미디어 작가 강이연은 그 시작을 자연에서 찾는다. 그는 오늘날 국제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찬사를 받는 아티스트다.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이후 5년간 런던에 머물며 강의를 해왔다. 올해부터는 카이스트(산업디자인과)로 자리를 옮겨 학생을 가르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아트 워크, 건물 같은 3차원 공간에 영상을 쏘는 프로젝트 매핑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그의 작업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의 '메이드 오브 메이터스(Made of Makers)' 프로그램에 참여한 뉴미디어 작가 강이연. 사진 예거 르쿨트르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의 '메이드 오브 메이터스(Made of Makers)' 프로그램에 참여한 뉴미디어 작가 강이연. 사진 예거 르쿨트르

강이연은 황금비율에 대한 이야기를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풀어냈다. 오는 6월 2~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황금비율 아트 쇼(The Golden Ratio Art Show)’ 이벤트에서다. 이번 이벤트는 예거 르쿨트르가 진행하는 메이드 오브 메이커스(Made of Makers)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워치메이킹이 아닌 다른 전문 분야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장인과 협업을 전개하는 활동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계 제작의 창의성과 전문성, 정밀성에 대한 가치를 고객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가 강이연과 3D 영상 작품 ‘오리진’. 사진 예거 르쿨트르

작가 강이연과 3D 영상 작품 ‘오리진’. 사진 예거 르쿨트르

예거 르쿨트르는 아트 쇼에서 올해 새 시계 컬렉션의 메인 주제인 황금비율을 다룬다. 황금비율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 혹은 인간이 만든 물건과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화로운 균형미를 일컫는다. 사람의 시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비율이기도 하다. 파이 또는 1:1.618로 정의되는 황금비율은 예거 르쿨트르에 친숙하다. 1931년에 처음 출시한 리베르소 워치가 바로 황금비율에 기반을 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온화한 빛을 발산하는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조화로운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클래식 듀에토 워치. 사진 예거 르쿨트르

온화한 빛을 발산하는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조화로운 예거 르쿨트르의 리베르소 클래식 듀에토 워치. 사진 예거 르쿨트르

이번 행사에서 강이연은 황금비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오리진(Origin·근원)’이라 이름 붙인 영상 작품을 공개한다. 그는 대칭을 이루는 자연의 패턴, 아르데코 사조를 대표하는 기하학 패턴 사이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것에도 신경 썼다. 리베르소 시계에 대한 미학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만큼, 작품 오리진은 시계 케이스 디자인이 떠오르는 3D 형태 설치작품을 통해 송출된다. 다음은 강이연과의 일문일답.

창작 활동을 벌이는 매체가 영상, 더 나아가 3차원 공간입니다. 어떤 점에 매료됐나요.

“대학 학부 시절엔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2차원의 평면을 다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평면의 캔버스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은 달랐어요. 시간의 개념을 작품에 끌어들일 수 있고, 설치 작업을 더하니 공간까지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시공간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는 3차원의 매체는 창작의 범위를 넓혀줬습니다.

대표 작품은 무엇이죠.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의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하던 2016년에 선보인 ‘캐스팅’이라는 작품입니다. 박물관 내 소장품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는 작업물이었죠. 2018년부터는 박물관의 영구 소장품이 됐습니다. 작가로서 전환기를 선사했습니다. 세계적 큐레이터와 아티스트들과 작업에 함께 참여한 ‘커넥트 BTS’는 대중에게 알려지게 될 계기를 선사했고요.”

최근 작품에선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더라고요.

“코로나 범유행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왜 우리 인간이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포함해서요. 그러면서 인간과 비인간(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생각을 허물고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환경론자도 아니고 사회운동가도 아닙니다. 단지 제가 사용하는 현재의 기술을 바탕으로 인류세(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를 이르는 말)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만든 이번 작품 ‘오리진’도 그 연장선 위에 있을까요.

“사람들은 황금비율을 논할 때 파르테논 신전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많이 언급해요. 오늘날 우리가 쉽게 접하는 책, TV 모니터, 영화 스크린, 핸드폰까지도요. 하지만 저는 황금비율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솔방울과 해바라기씨의 배열, 특정 꽃잎의 배열에서 경이로운 황금비율을 발견했어요. 햇빛과 물을 최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즉 각 개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진화한 건데 공교롭게도 그 모습이 황금비율과 일치한 거죠. 저는 황금비율이 각 생명의 진화를 위한 훌륭한 요소가 된다고 봤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황금비율로 이뤄진 자연의 대상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고요. 예거 르쿨트르가 협업을 제안할 당시 제게 제시한 키워드는 ‘황금비율’ 단 하나였습니다. 리베르소 시계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단 얘기와 함께요. 저는 자유롭게 황금비율을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협업 작품 창작을 의뢰했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예거 르쿨트르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라 일할 수 있어 기뻤고요. 개인적으로 시계는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정점의 물건인 거 같아요. 매뉴팩처에 방문해 시계 제작 과정을 봤습니다.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작은 우주를 만드는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시계 안팎으로 이뤄지는 공예 작업에서는 예술혼마저 감돌았습니다. 제 작업도 아트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이뤄지기에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황금비율을 대표하는 리베르소 시계가 영상에 등장하지 않더라고요.

“영상은 매뉴팩처 주변의 숲에서 시작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솔방울도 나오고요. 전반부가 자연의 황금비율을 이야기한다면 후반부터는 리베르소에 집중했어요. 리베르소가 황금비율과 함께 아르데코 사조를 대표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이를 은은하게 드러냈습니다. 영상을 보면 회전하는 시계 케이스를 포함해 리베르소의 디자인 코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자세한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컨셉에 따라 4K 촬영을 할 때도 있지만 이번 오리진은 3D 랜더링 작업으로 완성했어요. 영화 아바타의 영상 제작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조금 쉬울 겁니다. 숲에서 솔방울로 이어지는 장면을 위해 200그루의 나무를 랜더링 작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상 자체는 2분 남짓인데 전체 과정을 보면 1년 정도 걸렸어요. 컨셉을 잡고 스토리보드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쇼가 광장에서 진행되는 터라 배경음악을 넣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며 리베르소 시계를 경험해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술가 관점에서 이 시계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사각 케이스가 고급스러웠습니다. 시계를 뒤집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케이스 앞뒷면 모두에 다이얼이 있어 활용도가 높은 듀오 페이스 모델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이번 협업을 위해 많은 조사를 했어요. 리베르소가 1931년에 처음 출시된 만큼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황금비율과 아르데코 사조를 녹여 디자인했다는 사실만으로 흥미로웠습니다. 1930년대를 산 사람들이 당시 리베르소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한 ‘오리진’ 작품 전시는 서울을 시작으로 중국 청두, 싱가포르, 미국 뉴욕등 여러 도시에서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야겠죠. 올해 진행되는 2개의 개인 작업도 있습니다. 저의 작품을 현실 너머의 XR(확장현실), VR(가상현실) 등에서 구현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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