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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회사 주식 팔아 목돈 쥔 버핏, 일본에 올인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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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장기투자 귀재 ‘아이 러브 재팬’

워런 버핏

워런 버핏

“버핏이 이긴다.”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이 월가 투자자 3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이렇게 답했다고 하네요. 앞으로 5년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이 S&P500을 웃돌 것이라고 예상한 건데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실제로 버핏은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을 포트폴리오를 짜뒀습니다. 고래연구소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와 지난 6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주총) 자료 등을 모아 지난 1분기 포트폴리오를 분석했습니다.

버핏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세부적으로 뜯어보기 전에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버핏의 현금 보유 비중입니다. 버핏은 지난 1분기 주식을 판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말이 인상적인데요.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나를 믿어라. 현금은 쓰레기가 아니다(Believe me, cash is not trash).”

지난 6일 주총 발표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해 1분기에 133억 달러(약 17조원) 상당의 주식을 팔았지만, 신규로 사들인 주식 매수금은 29억 달러(약 4조원)에 그쳤습니다. 104억 달러(약 13조원)가량 순매도한 거죠. 팔아 치운 주식은 현금이나 1년 미만 단기 채권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크셔의 현금 자산 보유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06억 달러(173조원)로 2021년 말 이후 가장 많습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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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주총에서 현금 보유량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그러자 버핏은 “우리는 언제나 회사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산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2008년처럼 좋은 기회가 분명히 또 올 것으로 생각해 현금을 많이 들고 간다”고 답했습니다.

투자 귀재인 버핏이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는 건 주식 투자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죠. 주식을 팔아 치운 버핏이 투자 비중을 늘린 주식이 있습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은 건 바로 애플입니다. 버핏의 애플 사랑은 지난 1분기에도 이어졌습니다. 버크셔는 올해 1분기 애플 주식 2042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습니다. 13F 공시에 따르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4%로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만 봐도 ‘불안할 땐 애플’이란 말이 납득이 됩니다. 애플의 1분기 매출액은 948억 달러(전년 대비 -2.5%), 영업이익은 283억 달러(전년 대비 -5.5%)였는데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보다 각각 2.4%, 4.4%를 웃돌았습니다.

“대만보다는 일본에 투자하는 것이 더 편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버핏이 지난 6일 주총에서 한 말인데요. 미국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를 볼까요. 버핏은 지난해 3분기부터 투자에 나섰던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를 이번 분기 전부 팔아 치웠습니다. 장기 투자를 하는 버핏의 ‘이례적 단타’인데요.

버핏은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지만 회사의 위치가 문제”라며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 관계에 따른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4분기 6010만 주 가운데 86%인 5180만 주를 판 데 이어 올해 1분기 남은 820만 주도 다 팔아 치웠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만을 떠난 버핏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일본입니다. 13F 공시에서는 일본에 대한 투자는 볼 수 없는데요. 해외 상장 주식에 대한 공시 의무는 없기 때문입니다. (TSMC는 대만 회사이지만 나스닥에 상장돼 있어서 공시됐지만요.)

실제로 버핏이 일본 주식에 ‘러브콜’을 보낸 지 한 달여 만에 일본 증시는 폭등 중입니다. 닛케이225는 2021년 9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3만 선을 넘어섰는데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수출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11일 일본을 방문한 버핏 회장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한 상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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