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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419만 명 치료한 비대면 진료, 안정적 시행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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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보건복지부가 30일 공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자료 캡처]

보건복지부가 30일 공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복지부 자료 캡처]

코로나 위기단계 하향에 ‘시범사업’ 전환해 유지

의약·산업계 맞서고 국회는 3년간 법 개정 외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당분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비록 3개월 시한을 정한 시범사업 형태지만 의약 단체와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점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방안은 기존에 알려진 내용에 비해 각계 의견을 절충한 모양새를 갖췄다. 가장 논란이 됐던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휴일과 야간에 한해 대면 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도록 했다. 처방하는 행위는 막았지만, 초진이라도 의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나 e메일로 보내도록 했다.

2020년 2월부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에 한해 허용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환자가 감염 위험이 큰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치료받도록 허용했다. 지난달까지 3년여간 1419만 명이 진료를 받아 국민 3명당 1명꼴로 이용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적용한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에 따라 막히게 되면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에서 논란이 지속돼 온 사안이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원격의료 산업이 유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이해당사자의 갈등에 부닥쳐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팬데믹이 결과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물꼬를 튼 셈이다. 기회를 잘 살려 시민의 건강을 담보하면서도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는 산업적으로도 주목받는 분야다.

일단 셧다운 위기를 넘긴 건 다행이나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나도록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시범사업 형식으로 연장하는 모양새는 실망스럽다. 진료 건수가 3786만 건에 이를 정도로 경험이 축적됐고, 보고된 사고는 5건뿐이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간호협회 등 의약 단체와 환자·소비자 단체 그리고 원격의료 산업계의 견해차를 좁히고 국민 건강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기에도 넉넉한 시간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민의 77.8%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87.8%는 다시 받을 의향이 있을 정도로 여론도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시행 이틀 전에야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시범사업 기간으로 확보한 3개월 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환자의 의견을 경청해 모두가 수긍할 만한 비대면 진료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회가 의료법을 개정해야 안정적인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간호법 파동에서 보듯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조차 정쟁으로 치닫는 여야지만 비대면 진료만큼은 대승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소아나 노인·장애인처럼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절실한 사안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