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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커지는 여행수지 적자…국내 여행 매력도 한층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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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상수지에 미치는 여행수지 적자 영향력 커져

코로나 특수 누렸던 업체들 가격 경쟁력 점검을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가 32억3500만 달러로 2019년 3분기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많았다. 여행수지 적자는 국경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코로나19 기간에 줄었다가 국경 문이 열리자 ‘보복 소비’가 급증하면서 다시 늘었다.  특히 여행수지에서 유학이나 연수 등을 빼고 일반 여행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관광수지는 지난해 4분기 17억6100만 달러에서 25억8500만 달러로 47% 급증했다. 여행수지 적자 대부분이 관광수지 적자다. 출입국 방역조치 완화로 올해 1분기 해외로 나간 우리 국민은 49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100% 이상 늘었다. 방한한 관광객 수도 지난해 1분기 28만 명에서 올해 1분기 171만 명으로 500% 이상 증가했지만, 해외 관광객 증가 폭에는 못 미쳤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막고 있는 탓도 있다. 4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9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의 55%로 회복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당시의 24%에 그쳤다.

여행수지 적자에 전전긍긍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예전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건 분명하다. 대외건전성 지표이자 수출 한국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에선 만성 적자지만 큰 폭의 상품수지 흑자 덕분에 경상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수출이 맥을 못 추니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경상수지 흑자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11년 만의 최저치인 29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올해 1분기엔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 적자가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거시경제 측면에서 중요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서비스수지의 가장 큰 적자 항목인 여행수지 개선을 위해 경쟁력 확보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월을 ‘여행 가는 달’로 정하고 국내 숙박시설 이용에 최대 5만원의 할인권을 주는 대한민국 숙박세일페스타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국내 관광과 내수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단발성 이벤트로 여행수지의 기조적인 적자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다. 국내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명동 길거리 음식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제주 여행 비용도 그렇다. 전반적으로 해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골프장 등 코로나 기간에 해외에 못 나가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가두리 어장 같은 특수를 누렸던 업체들은 스스로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다시 성찰하기 바란다. 애국심에 호소하거나 세금에 기대는 관광 활성화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