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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훌쩍…여행수지 적자 3년반 만에 최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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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인 박지예(32)씨는 지난달 친구와 함께 일본 도쿄로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해외여행을 못 갔던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어서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여행 비용이 저렴해진 점도 고려대상이 됐다. 실제 박씨는 2박3일 도쿄 여행에 항공료와 숙박료로 60만원가량 썼다. 제주도 여행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었다. 박씨는 “국내 숙박료 등이 코로나19 이후 너무 비싸져, 같은 돈이면 해외여행이 나은 것 같아 일본을 가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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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에 여행수지 적자 폭이 약 3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행수지는 32억3500만 달러(약 4조2883억원) 적자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3분기(-32억7960만 달러) 이후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1분기만 비교하면 2018년 1분기(-53억14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내국인이 해외여행에서 쓴 돈을 의미하는 일반여행지급 금액은 올해 1분기 56억750만 달러(7조4271억원)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4분기(73억9590만 달러) 대비 75.8%까지 회복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씀씀이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외국 관광객이 국내 여행에서 쓰는 소비를 의미하는 일반여행수입은 올해 1분기 30억2110만 달러(약 4조35억원)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4분기(53억1470만 달러)에 비해 56.8%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로 나간 국내 관광객과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 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1분기 해외로 나간 사람(498만 명)은 지난해 1분기(41만 명) 대비 약 1114% 급증했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같은 기간 28만 명→171만 명으로 510% 느는 데 그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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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로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더디다. 외국계 경제전망기관인 CEIC에 따르면 2019년 3월 대비 올해 3월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 수는 약 15%에 그쳤다.

여행수지 악화는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킨다. 수출 부진에 1분기 경상수지는 44억6000만 달러(5조9072억원) 적자로 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1분기(-12억9000만 달러) 이후 1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상수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급증하면서, 기대했던 내수 회복세도 둔화하는 조짐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0.8% 줄었다. 내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카드 국내승인액도 지난달 전년 대비 5.6% 증가하면서, 3월보다 증가 폭(9.0%)이 둔화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회복이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 반등도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여행 등으로 빠져나가는 소비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 지역 여행 등에 쓸 수 있는 소비 쿠폰 등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나치게 오른 국내 서비스 물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개인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6.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개인 서비스 중 호텔 숙박료는 전년 동월 대비 최대 13.5%, 외식물가는 7.7%, 휴양시설 이용료는 8.3%까지 급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상품수지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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