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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부결에 간호협회장 눈물 "내년 총선서 與 심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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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로 재의를 요구한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결국 폐기됐다. 간호계는 “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면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간호법, 본회의 재투표서 부결…최종 폐기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가 부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간호법 재추진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가 부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간호법 재추진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이날 오후 간호법 제정안(이하 간호법) 재의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벌인 결과 재석 의원 289명 가운데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 표결을 거쳤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 간호법안에 대한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여러 차례 당부드렸음에도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부결을 선언했다.

간호법 제정을 촉구해온 대한간호협회(간협)는 법안이 폐기되자 즉각 반발했다. 간협은 본회의 직후 국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에 간호법을 재추진할 것”이라며 “부당한 불법 진료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참여하고, 내년 총선에서 부패정치와 관료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협은 지난 19일 전국 16개 시도지도부 총선기획단을 출범한 상태다. 18일부터는 간호사 업무 외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도 들어갔다. 간협에 지난 18~23일 5일간 접수된 불법 진료 관련 신고 건수는 1만2189건에 이른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이날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발의하고 심의한 간호법 명줄을 끊었다”라며 “2024년 총선에서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국회의원을 심판하고, 간호법을 조작 날조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을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 회장인 내가 총선 활동을 선도하겠다”라며 “더는 후배 간호사에게 잘못된 역사를 남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협은 총선기획단을 통해 ▶간호사 1인 1정당 가입 ▶부패 정치인에 대한 낙선 운동 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절반의 성공’ 의료연대도 총선기획단 출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재의결 건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재의결 건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간호법에 반대해온 나머지 보건의료계에서는 간호법 자동 폐기에 따라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본회의 후 병원급 의료기관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병원인 모두는 직종 간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는데 온 힘을 쏟을 때”라는 입장을 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법안은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사특혜법이고, 간호조무사에게는 한국판 카스트제도의 굴레를 씌우는 간호조무사차별법”이라며 “부결은 당연한 결과다. 간호법안 폐기로 그동안 갈등과 대립으로 가득했던 보건의료계는 화합과 협력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맞이했다”라고 했다.

다만 앞장서 간호법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 일각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호법은 폐기됐지만, 함께 반대했던 의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지난 19일 공포됐기 때문이다. 법안 시행은 6개월 뒤다. 이에 따라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도 악법으로 회원들이 더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인데 국무회의를 통과해 안타깝다”(20일 의협 대의원회)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간호법에 반대하며 단식·연가 투쟁 등을 벌여온 의협·간무협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내년 총선까지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총선기획단을 만들어 1인 1정당 가입 운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지난 2월 꾸려진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달 중 해산할 예정이다. 활동 종료 시점은 8월쯤으로 예상된다. 박명하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과도한 법안이라는 정부와 정치권 공감대가 있어 시행 전까지 개정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의료연대 총선기획단을 통해 13개 직역이 서로 협조할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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