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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행 간호법도 결국 부결…양곡관리법 이어 또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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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1호 거부권 행사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13일 재표결에서 부결된 지 47일 만에 두 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도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무기명 투표 결과 간호법은 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재투표에 부쳐진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당초 간호법 재표결은 본회의 안건이 아니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167명이 본회의 직전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상정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의 자격과 처우 개선을 규정한 제정법이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즉시 시행을 요구한 반면 의사ㆍ간호조무사 등은 간호사의 직역(職域) 침범 가능성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직역 간 충돌이 극심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간호법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간호법 부결을 선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간호법의 이날 부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114석을 가진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당 의원총회에서 “이대로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협업시스템 붕괴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윤재옥 원내대표)며 부결 당론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은 부결될 것을 알면서도 재표결 건을 상정한 것이다.

재투표 표결 직전 여야가 각각 “의료계 전반을 갈라놓는 민주당의 간호법 사태는 절대 역사에 남겨서는 안 될 일”(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국회법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했음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정춘숙 민주당 의원)라고 호소한 것도 평행선을 그리던 기존의 입장 그대로였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출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뉴스1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출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뉴스1

다만 민주당은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원하는 대로 부결돼 국민께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본회의 직전 당 의원총회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간호법 부결은 숙의 없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민주당은 이제 그만 입법 폭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법을 통한 갈라치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까지 밀어붙인 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부ㆍ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가해 내년 총선 승리를 꾀하려는 정치 공학적 표 계산”(윤재옥 원내대표)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거야의 법안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본회의 재의 부결의 악순환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일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 개정안과 지난 24일 직회부된 노란봉투법 등 여권 반대에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이 줄줄이 표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간호법 부결 직후 “정치적 대립으로 법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돼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가 부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간호법 재추진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의 건 투표가 부결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간호법 재추진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간호협회는 이날 간호법 부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에서 부패한 국회의원을 심판할 것”이라며 “62만 간호사는 의료계의 불법 진료 지시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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