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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엔 ‘역(逆)징계’, 대학생위는 호출…혼돈의 이재명 통합 행보

중앙일보

입력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비이재명계 인사 공격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대표가 최측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코너에 몰리자 개딸이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면서 벌어진 일인데, 외려 이런 팬덤의 움직임이 그간 ‘통합 행보’를 벌여왔던 이 대표 입지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305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30530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강성 당원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은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25일 한 당대표비서실 관계자의 요청으로 국회에서 별도 면담을 했다. 평소 양 위원장과 가까웠던 이 관계자는 “당원들이 오해해서 고초를 겪고 있으니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양 위원장은 지난 12일 시·도당 대학생위원장들과 함께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를 비판하고 당 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주도한 뒤로 강성 당원들의 인신공격에 시달렸다. 특히 강성 당원들은 양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에 당사자 동의 없이 이름을 올렸다는 ‘명의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양 위원장 징계를 요구했다. 민주당 중앙당에서 “명의도용 의혹은 실체가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지만, 강성 당원들은 31일 양 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실 면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특히 면담에서 당대표실 관계자가 양 위원장에게 ‘비명계 편에 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가 불을 지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새벽 페이스북에 “‘민주당 공직자의 윤리규범을 바로 세우라’는 주장이 왜 반명(반이재명)으로 밀려나야 될 일이냐”며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런 식의 대화가 있었다는 것도, 언론에 알려지게 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계파색 옅은 한 의원 역시 “평상시라면 당대표실과 대학생위가 이런저런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당 공식기구가 논란을 정리 중인데 당대표실이 괜히 나서 오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 공동 당내 혁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 공동 당내 혁신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비명계 이원욱 의원에 대해 일부 친이재명계가 ‘역(逆)징계’ 가능성을 거론한 건 아예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 지지층 욕설이 담긴 문자를 공개하며 이 대표를 향해 “이래도 강성 팬덤과 단절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는데, 발신인이 당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마자 친명계 서은숙 최고위원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역공을 펼쳤다. 여기에 친명계로 분류되는 위철환 당 윤리심판원장이 29일 인터뷰에서 “만약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라면 징계사유”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비명계에선 즉각 “중립을 지켜야 할 윤리심판원장이 예단을 갖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 도를 넘은 것”(중진의원)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당원 여부가 아닌데 프레임을 거기로 가져가는 건 의도가 있는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당내 크고 작은 잡음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이재명 리더십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30일 통화에서 “이 대표가 ‘원팀’이니 ‘문명(문재인·이재명)의 시대’니 해서 통합 행보를 벌여왔지만, 정작 친이재명계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민주당의 통합을 막고 있다”며 “이 대표도 침묵으로 상황을 방치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공격성 팬덤에 끌려다니면 당은 그야말로 패배의 수로에 갇히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분명한 의지를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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