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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아들 아냐?" NBA 마이애미 '8번시드 기적' 이끈 버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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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BA 마이애미 버틀러가 투핸드 덩크슛을 꽂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NBA 마이애미 버틀러가 투핸드 덩크슛을 꽂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의 지미 버틀러(34·미국)가 ‘8번 시드’의 기적을 이끌었다.

마이애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의 TD가든에서 열린 2022~23 NBA 동부 콘퍼런스 결승(7전4승제) 최종 7차전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103-84로 꺾었다. 1~3차전에서 승리한 뒤 4~6차전을 내줬던 마이애미는 결국 4승3패로 파이널에 진출했다. 2012~13시즌 정상에 올랐던 마이애미는 10년 만에 파이널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7위 마이애미는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1승1패를 거둔 뒤 가장 낮은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PO 1회전에서 전체 승률 1위 팀(70.7%) 밀워키 벅스를 4승1패로 꺾은 데 이어 2회전에선 뉴욕 닉스를 4승2패로 제압했다. 이어 ‘2번 시드’ 보스턴마저 물리치는 ‘업셋(하위 팀의 반란)’을 이어갔다.

마이애미를 파이널로 이끈 버틀러. AP=연합뉴스

마이애미를 파이널로 이끈 버틀러. AP=연합뉴스

NBA 역사상 최초로 3연패 뒤 4연승을 노렸던 보스턴은 앞서 150팀과 마찬가지로 ‘0%의 확률’을 극복하지 못했다. 보스턴은 제이슨 테이텀은 경기 초반 발목을 다쳐 14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버틀러는 앞서 3~5차전에서는 그의 별명인 ‘플레이오프 지미’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이날은 양 팀 최다인 28점과 함께 6어시스트,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4쿼터 79-66에서 미들슛을 성공한 데 이어 투핸드 덩크슛까지 꽂았다.

버틀러는 팀 동료 케일럽 마틴을 5대4로 제치고 동부 콘퍼런스 결승 MVP로 선정됐다. 버틀러는 보스턴과의 2차전에서 그랜트 윌리엄스의 도발에 득점으로 응수한 뒤 이마를 맞대고 참교육했다. 앞서 밀워키와의 1회전 4차전에서 56점을 몰아쳤고, 5차전 종료 직전에 동점 앨리웁슛도 넣었다.

버틀러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9)을 쏙 빼닮은 외모에 클러치에 강한 모습까지 비슷하다. 미국 현지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숨겨둔 아들 아니냐’는 농담과 음모론까지 나왔다. 조던과 버틀러의 얼굴을 반반씩 합성한 사진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미 조던’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조던과 버틀러의 얼굴을 반반씩 합성한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조던과 버틀러의 얼굴을 반반씩 합성한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실제 친부는 버틀러가 어릴 적 가정을 버리고 도망갔다. 친모는 “네 얼굴을 보면 남편이 떠오른다”며 13살이던 버틀러를 집에서 내쫓았다. 길거리와 친구집을 전전하던 버틀러는 16살이던 2005년 같이 농구하던 조던 레슬리의 집에 신세를 졌다. 레슬리의 백인 어머니 미셸 램버트는 자식 7명을 키우고 있었지만 버틀러의 사정을 딱히 여겨 친자식처럼 키웠다. 부모에게 버람 받은 흑인 소년이 백인 어머니에 입양돼 NFL(미국프로풋볼) 스타가 된다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현실판 주인공이 버틀러다.

2011년 NBA 시카고 불스에 지명된 버틀러는 램버트의 가르침대로 몸에 문신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친모를 찾아가 용서하고 선물도 줬다. 다만 버틀러는 나약해질까봐 불우했던 어린 시절 얘기를 꺼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버틀러와 그를 자식처럼 키운 램버트(오른쪽). 사진 SNS 캡처

버틀러와 그를 자식처럼 키운 램버트(오른쪽). 사진 SNS 캡처

버틀러는 2018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시절 ‘젊은피’ 칼 앤서니 타운스에게 쓴소리를 해서 ‘꼰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농구에는 진심인 ‘낭만파’다. 요즘엔 마이애미 동료들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했던 ‘언드래프티드’ 선수 마틴, 맥스 스트러스, 덩컨 로빈슨 역시 버틀러처럼 잡초처럼 일어섰다.

지난 시즌 동부 결승에서 보스턴에 패한 뒤 “내년에 똑같은 상황이 올 텐데, 그때는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했던 버틀러는 자기가 내뱉은 말을 지켰다. 버틀러는 보스턴을 꺾고 3년 만의 파이널행을 이끌었다.

마이애미는 다음달 2일부터 서부 콘퍼런스 우승팀 덴버 너기츠와 파이널(7전4승제)를 치른다. 버틀러와 덴버의 니콜라 요키치(28·세르비아)가 에이스 대결을 펼친다. 1946년 출범한 NBA에서 ‘8번 시드’가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999년 8번 시드였던 뉴욕 닉스도 샌안토니오에 졌다.  버틀러는 이날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다. 우리는 동부 콘퍼런스 우승이 아니라 파이널에서 우승하려고 뛰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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