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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북핵 불법 자금 공조해야"…PSI, '암호화폐 공동대응' 첫 명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개막한 확산방지구상(PSI) 20주년 고위급 회의를 통해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계속 조달하고 있다"며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 도출된 PSI 공동성명에는 북핵·미사일 개발의 새로운 돈줄인 '암호 화폐'를 통한 불법 무기 확산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이 처음으로 명시됐다.

30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인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에서 열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체인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보는 모습. 연합뉴스.

尹 "北 불법 조달 대응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나흘동안 제주도에서 열리는 PSI 회의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례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 비확산 체제 강화와 WMD 확산 방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PSI 고위급 회의가 개최되는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이 대독한 서한을 통해 "WMD 확산 방지 규범을 모니터링하고 이행하는 국제 안보 체제에 도전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수많은 곳에서 잘못된 이들의 손에 무기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PSI 고위급 회의의 주요 의의로 "강력한 대북 억제 메시지 발신"을 꼽았다. 특히 전날 북한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1일 사이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회의에선 북핵 위협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이와 관련 "바로 어제 북한은 소위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고, 북한이 이를 무엇이라 칭하든 간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flagrant) 위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젠킨스 차관도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PSI가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의에서 북한, 러시아, 이란에 대해 가장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며 "PSI는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물자를 차단하기 위한 매커니즘이며, 북한이 제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면 이는 PSI를 작동(trigger)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30일 오전 PSI 고위급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30일 오전 PSI 고위급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암호화폐 동반 확산 대응해야"

이날 오후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PSI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핵무기·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 진화하는 WMD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PSI가 암호화폐를 동반한 확산 금융, 무형기술이전, 확산 행위자의 국제법 우회 기법 발달 등 새로운 확산 관행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3D 프린팅,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의 중요 신흥 기술이 추가적인 비확산‧반확산 관련 도전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며 기술의 진화에 따른 영향 및 도전과제를 검토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PSI 공동성명에 '암호화폐를 동반한 확산'이 사실상 처음으로 명시된 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암호 화폐가 새로운 '돈줄'로 부상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이 개회사에서 "북한은 불법 해상 환적 및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를 통한 수익 등 다양한 제재 회피 수단을 통해 WMD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속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액션 플랜도 마련" 

PSI 회원국들은 또 "2013년, 2018년에 이어 올해 PSI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행동 계획(action plan)을 마련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차관은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5년 주기의 고위급회의 사이사이에 여러 주제로 향후 공동 조치와 행동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PSI는 WMD 불법 확산 방지를 위해 2003년 미국 주도로 출범한 국제협력체제로 현재 10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날 회의에는 7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공동성명에는 이날까지 명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50여개국만 이름을 올렸는데 정부는 향후 2주간 추가로 지지하는 회원국을 더 모을 계획이다.

북한은 한국이 2009년 PSI에 가입했을 때 "선전 포고"라고 반발했을 뿐 아니라 한국이 관련 회의나 훈련을 주관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한국이 올해 PSI 고위급 회의를 주관하는 것과 관련해선 이례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30일 오전 제주도에서 열린 PSI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의 모습. 연합뉴스.

30일 오전 제주도에서 열린 PSI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의 모습. 연합뉴스.

日자위대 함정 사열 무산

한편 31일 예정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 다국적 함정 간 해상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 23'은 기상 악화로 인해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 함정이 최초로 한국 국방부 장관이 탄 함정을 향해 경례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당초 이 장관은 제주 공해상에서 마라도함에 탑승해 훈련을 참관하고 한ㆍ미ㆍ일ㆍ호 함정을 해상에서 사열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인 하마기리함은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입항했다.

훈련 참관과 해상 사열이 생략되는 등 훈련이 축소되면서 주관자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으로 바뀌었다. 당초 한ㆍ미ㆍ일ㆍ호 4개국의 함정 7척, 항공기 6대, 승선검색 6개팀 등이 WMD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추적·승선·검색하고 인근 항구로 이동시키는 내용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결국 공해상에선 해양 차단을 위한 약식 훈련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승선 검색 훈련은 한국 해군과 해경 함정만 제주 민군복합항 내에 정박해 하기로 했다.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이스트 엔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모습. 연합뉴스.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 함이 '이스트 엔데버23'에 참가하기 위해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로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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