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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도 "음반 내자"...'역도 빅마마' 김수현 "항저우 Going highe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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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수현이 지난 26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역도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역도 실력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 역도 빅마마라 불린다. 송봉근 기자

김수현이 지난 26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역도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역도 실력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 역도 빅마마라 불린다. 송봉근 기자

“엄하게 맞으며 배운 마지막 세대거든요. 과거엔 끼를 숨겨야 했지만, 지금은 판이 깔리면 역도도 노래도 참지 않아요.”

지난 21일 부산 사직동 역도 훈련장. ‘역도 빅마마’라 불리는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이 바벨을 ‘으라차차’ 들어 올리며 말했다.

김수현은 지난 10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6㎏급에서 인상 109㎏, 용상 134㎏을 들어 합계 243㎏로 1위에 올랐다. 그는 우승 후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에일리의 ‘보여줄게’를 열창했다. 가수 빅마마 못지 않은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5월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가왕선발전’에서도 김수현은 2등을 했다. 김수현은 “일등은 레슬링 노영훈 선수에게 돌아갔지만, 무대는 내가 뒤집어엎었다”며 웃었다. 그는 TV 예능 ‘복면가왕’에 ‘빅마마’란 가명으로 출연했다. 그는 “스포츠인 최초로 3라운드행을 노렸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몇 년 째 선수촌 노래방을 다니다 보니 노래가 늘었다. 방송에서 만난 골프 선수 출신 박세리 언니가 농담 삼아 ‘음반 내자’고 했다“고 전했다.

김수현이 바벨 봉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수현이 바벨 봉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수현은 올해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이다. 그의 남자친구인 가라테 구미테 75㎏급 피재윤(22)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땄다. 둘은 가라테 박희준의 소개로 만나 작년부터 사귀었다. ‘연인의 동반 출전은 이례적’이라고 묻자 김수현은 “공개 연애가 아니라 그렇지 커플이 많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김수현은 “재윤이가 사준 태극기 색깔 머리핀을 꽂고 작년 12월 세계선수권 3위에 올랐다. 역도는 관중도 조용히 해야 하는데, 아시아선수권 경기장을 찾은 재윤이가 긴 벌레처럼 손발을 흔들며 응원했다”며 웃었다.

김수현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동메달을 놓쳐 눈물을 쏟았다. 당시 용상 2차 시기에서 140㎏ 바벨을 머리 위로 들었지만, 심판 3명 중 2명이 ‘팔이 흔들렸다’며 실패 버튼을 눌렀다. 김수현은 “의무 선생님이 ’경기를 함께 본 배구 김연경 선수가 식빵을 굽고 갔다’고 전해줬다(김연경도 판정에 분통을 터트렸다는 의미)”면서도 “제 부족함 탓에 실격을 당한 거고, 팔꿈치가 흔들리는 걸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김수현은 2019년 지병 등이 겹쳐 세상을 떠난 ‘은사’ 고 김경식 감독 얘기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날 밤까지 훈련을 함께 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너무 슬퍼 역도를 그만두려고 했었다. 감독님이 준 노란 타월을 유품처럼 생각하고, 지금도 경기 때면 땀을 닦는다”고 했다. 이어 “과거엔 ‘(장)미란 언니처럼 해야 해’라며 악 지르며 했다. 작년부터 웃으며 즐기자고 마음을 바꿨다. 요즘엔 연습 때 90%만 쏟고, 시합 때 하고 싶어 안달나게 만든다”고 했다.

금지 약물 문제가 끊임없이 터진 역도는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 될 위기다. 김수현은 “어릴때 국제 시합장에서 '빈 주사기'를 많이 봤다. 난 타고난 게 없어 운동량으로 야금야금 1㎏씩 올렸지만, 일 년 만에 20㎏를 뻥튀기 증량하는 외국 선수를 보고 박탈감이 컸다. so 앞에 1~2등하던 선수 중 은퇴하거나 약물이 적발된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이 지난 26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역도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역도 실력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 역도 빅마마라 불린다. 송봉근 기자

김수현이 지난 26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역도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역도 실력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 역도 빅마마라 불린다. 송봉근 기자

김수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장미란(40) 언니가 금메달 따는 걸 보고 중3 때 역도를 시작했다. 언니가 우렁쌈밥을 사주며 ‘마음 편하게 해’라고 조언해줬다. 20살, 24살 때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4위를 했는데, 이번에 입상하면 노래를 부르겠다”며 “신예로 물갈이 한 중국, 3년 6개월만에 국제 무대에 복귀한 북한이 경쟁국이다. 6번 기회(인상 3차, 용상 3차) 모두 실패하지 않고, 합계 250㎏ 이상을 든 선수 중 1~2㎏ 차이로 메달이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최고 기록은 인상 112㎏, 용상 143㎏, 합계 255㎏다.

이어 “도쿄올림픽 실격 후 SNS로 위로 메시지 몇 천 개가 왔다. 무겁더라도 국민들과 함께 든다고 생각하겠다. 좋아하는 에일리의 노래 가사 ‘Going higher. 날 막을 수는 없어. 내가 가는 이 길에 더 이상 두려움은 없어’처럼, 항저우에서 높이 오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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