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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제재" 경고했다…'동성 성관계' 사형 법 만든 이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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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불법인 동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동성 간 성관계가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29일(현지시간) 대통령 서명 후 공포됐다.

우간다에서 동성 간 성관계가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성 소수자 차별 강화 법안이 29일(현지시간) 공포됐다. 사진은 우간다의 게이 커플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디자인의 천을 덮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우간다에서 동성 간 성관계가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성 소수자 차별 강화 법안이 29일(현지시간) 공포됐다. 사진은 우간다의 게이 커플이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디자인의 천을 덮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네트 아니타 베트윈 우간다 국회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요웨리 무세베니(78) 우간다 대통령이 이달 초 의회에서 수정 통과된 반(反)동성애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성 소수자(LGBTQ) 처벌을 강화하는 이번 법안에는 18세 미만 미성년자와 동성 성관계를 하거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성행위를 할 경우 최대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미성년자 대상이거나 HIV 감염자의 경우, 미수에 그쳐도 최대 징역 14년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밖에 동성 간 성관계를 시도만 해도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법안 수정 과정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로 확인만 돼도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과 동성애 의심 행위 신고를 의무화하는 초안 조항은 삭제됐다. 앞서 지난달 무세베니 대통령은 단순히 성 소수자로 추정되거나 의심되는 사람과 성 소수자이면서 성관계로 행동을 옮기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를 구별하라며 법안 초안을 의회에 반려한 바 있다.

반동성애 법안 발의자인 아수만 바살리르와 부기리주 우간다 국회의원이 지난 29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명된 법안을 들어보이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동성애 법안 발의자인 아수만 바살리르와 부기리주 우간다 국회의원이 지난 29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명된 법안을 들어보이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이 같은 법안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성명을 통해 "우간다의 이러한 법안은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즉시 폐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우간다에 대한 미국의 관여 측면에서 이 법의 의미를 평가하도록 지시했다"며 "심각한 인권침해 또는 부패에 연루된 사람에 대해선 미국 입국 제한 등 추가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간다의 성 소수자 차별 법안에 대해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하며 제재를 예고했다. 사진은 29일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국립 현충일 화환 헌화 및 추념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간다의 성 소수자 차별 법안에 대해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하며 제재를 예고했다. 사진은 29일 미국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국립 현충일 화환 헌화 및 추념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외무부도 "모든 상황에서의 사형선고를 반대하며, 매우 차별적인 법안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우간다의 국제적 명성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UN)의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성명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훼손을 금지하는 국제 인권법에 어긋난다"며 "우간다 정부는 모든 시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우간다 인권단체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법원에 무효화 조치를 요청했다. HIV 퇴치 인권단체는 "이 법안으로 인해 쓰인 낙인과 오명이 HIV 예방 및 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현격히 떨어뜨렸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4일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의 우간다 고등판무관실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우간다의 반동성애 법안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4일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의 우간다 고등판무관실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우간다의 반동성애 법안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간다는 보수적이고 원리주의 기독교 색채가 강해 사회 전반에 성 소수자 반감이 깊다. 앞서 우간다 의회는 2009년 동성 간 성관계가 적발된 경우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이후 사형 대신 종신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 2014년 의회를 통과했으나 헌법재판소에 의해 절차상의 이유로 무효화된 바 있다.

일각에선 성 소수자를 인질로 삼아 치솟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무세베니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60주년 독립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제60주년 독립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우간다 외에도 최근 케냐와 가나 등 아프리카에선 노골적인 성 소수자 반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54개국 가운데 30개국 이상이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부는 동성애를 성적 지향이 아닌 서구화된 가치관의 유입으로 인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모리타니,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동성애자를 최대 사형에 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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