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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임대인'과 짜고 보증금 챙겨…전세사기 의심 중개사 99명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시내 공인중개소가 밀집된 한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공인중개소가 밀집된 한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인천 미추홀구의 한 중개알선인 B씨는 부동산 앱으로 세입자를 유인해 높은 전세금을 받은 뒤 ‘바지 임대인’에게 주택 소유권을 이전했다. 채무를 회피하고 보증금을 편취하기로 주택 소유자와 공모한 것이다. 전세 계약서는 공인중개사 A씨가 썼다. A씨는 B씨가 계약을 주도하고, 자신은 계약서 대필만 해줬다고 주장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두 건 더 확인됐다. A씨는 미추홀구청이 점검을 나간 지 3주 만에 중개업소를 폐업했다.

정부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인중개사 99명을 적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7일부터 5월 19일까지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242명을 특별점검한 결과, 전체의 41%인 99명의 위반 행위 108건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2021~2022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사고(8242건) 중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2회 이상 중개한 수도권 공인중개사(242명)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특별점검 결과 무등록 중개가 41건(38%)으로 가장 많았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미흡 24건(22.2%), 계약서 미보관 9건(8.3%) 등이 뒤를 이었다.

컨설팅업체로부터 리베이트(사례금)를 받고 세입자가 악성 임대인과 계약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5건 있었다. 한 중개사는 보증금의 0.2% 수준인 리베이트를 받는 대가로 중개보조원들과 짜고 임대차 계약서를 34차례나 썼다.

국토부는 위반행위 108건 가운데 53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등록취소 1건, 업무정지 28건, 과태료 부과 26건 등 총 55건에 대한 행정처분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 말까지 2차 특별점검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사는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넓히고, 전세사기 의심 거래를 추가 선별해 37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악성 임대인 소유 주택을 1회 중개했더라도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 선별한 ‘이상 거래 2091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도 대상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불법행위에 연루된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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