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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보고서 '면책조항' 삭제…통일부, 홈피서 영문판 지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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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30일 ‘전임 정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불법 가동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와 관련 “2020년 하반기 개성공단의 무단 가동 동향이 포착됐음에도 (문재인 정부가)별도의 대북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5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에서 북한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폭파 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5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에서 북한이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폭파 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방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또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에 “정확성을 보증 못 한다”는 내용의 ‘면책조항(Disclaimer)’이 삽입돼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서도 영문판 면책조항을 삭제하고, 국문판과 유사한 내용의 서술로 대체하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임 정부가 개성공단의 불법 가동 사실을 확인한 시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전임 정부 때인)2020년 11월 27일에도 언론의 구체적 문의가 있었다”며 “당시 통일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거나 파악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던 것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정부 차원의 조사 추진”을 언급하며 “통일부 차원에서 확인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가 개성공단과 관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 등과 관련해 통일부 뿐 아니라 당시 청와대 등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의사 결정 전반에 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6월 이후 정보당국은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으로 가동하는 정황을 여러 차례 청와대와 관계 부처에 보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사안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도 논의됐지만, 당시 회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일제히 “불법 가동에 대한 ‘스모킹건(확실한 증거)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 청색 버스

개성공단 청색 버스

통일부는 한편 논란이 된 영문판 인권보고서의 면책조항은 삭제하기로 한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하며 “국문판에 ‘지역 편중으로 일반화가 제약된다’, ‘최근 사례가 적어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억에 의존해 서술했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며 해당 내용이 영문판 면책조항 대신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지난 26일 “영문판 인권보고서에 ‘수치, 분석, 의견 등 정보의 정확성, 완결성, 신뢰성, 적시성에 대해 보증(warrant)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신력 있는 유엔의 보고서들에서도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면책조항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통일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에만 '면책조항'(Disclaimer)을 삽입했다.

통일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에만 '면책조항'(Disclaimer)을 삽입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공개 브리핑에서 제시했던 면책조항이 포함된 ‘공신력 있는 유엔의 보고서’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해당 조항을 삭제키로 방침을 바꿨다. 특히 통일부가 대응 방침을 갑자기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직접 12시간 넘는 긴급 감찰을 실시했다는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과 관련해선 ‘부인’ 대신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만 언급했다.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부처에서 나오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ㆍ긍정도 부정도 아님)의 답변은 통상 ‘긍정’에 가까운 말로 해석될 때가 많다.

통일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표지와 면책 문구(Disclaimer)

통일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 영문판 표지와 면책 문구(Disclaimer)

현재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던 기존의 영문판 인권보고서는 지난 29일 오후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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