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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중 국방, 싱가포르서 안 만난다…中 회담제안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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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이달 초 제안 받은 양국 국방수장 회담을 개최 며칠 앞두고 거절해 회담이 불발됐다.

29일(현지시간)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달 초 중국 측에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은 28일 밤 양국 국방수장의 싱가포르 회담 제안을 거절한다고 미 국방부에 공식 통보했다.

중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이달초 양국 국방수장 회담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사진은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장관). 트위터 캡처

중국이 미국 정부로부터 이달초 양국 국방수장 회담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사진은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장관). 트위터 캡처

미 국방부 관계자는 WSJ에 "중국의 이번 통보는 과거 막판까지 고위급 회담을 조율하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거절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지난 한 주간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미국 측이 회담 성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중국이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양 강대국 간에 잠정적인 화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중국이 거절한 결정적 이유는 회담 전제조건을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리샹푸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미국은 여기에 부정적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측은 "제재가 유지된다면 리샹푸 부장과 오스틴 장관이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리샹푸 부장에 대한 제재는 회담을 방해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 측이 회담에 소극적인 것은 우려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이 2018년 러시아 전투기를 구매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며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이었던 리샹푸를 미국 비자 발급 정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리샹푸는 지난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사진)이 29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155회 국립 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사진)이 29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155회 국립 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중 관계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2월 미 영공에 침투한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태 등으로 급속히 냉각됐다. 악화된 분위기 속에 고위급 회담 일정까지 삐걱대고 있다. 애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정찰 풍선 사태 속에 무기한 연기한 뒤 방중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는 등 경제 관련 대화는 이뤄지고 있다. 잭 쿠퍼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 선임 연구원은 WSJ에 "중국은 경제 분야 관료를 상대할 때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믿기에 국방 회담보다 경제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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