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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릴리프에서 시작해 어느덧 5승… 선발 고민 해결한 LG 임찬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LG 임찬규. 뉴스1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는 LG 임찬규. 뉴스1

어느덧 5승이다. 구원투수로 시작한 임찬규(31)가 선발 한 자리를 꿰차며 LG 트윈스의 고민을 해결했다.

프로 13년차 임찬규는 올해 1월 초 일찌감치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갔다. 팀 훈련을 하기 전에 삼성 오승환과 함께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임찬규는 2018, 2020년에 오승환과 함께 훈련을 했을 때 두자릿수 승리를 따낸 좋은 기억이 있었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도 부진한 성적(6승11패 평균자책점 5.04) 때문에 신청을 포기할 만큼, 각오는 단단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이후 돌아온 임찬규의 보직은 '롱 릴리프'였다. 지난해 성과를 낸 이민호, 김윤식이 3·4선발로 낙점됐고, 시속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강효종이 5선발을 차지했다. 임찬규는 국내 선발이 길게 던지지 못했을 때, 2이닝 정도를 맡았다.

환하게 웃는 임찬규. 연합뉴스

환하게 웃는 임찬규. 연합뉴스

기회는 빨리 왔다. 이민호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다른 국내 선발 자원들도 주춤했다. 지난달 1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첫 선발 등판한 임찬규는 3과 3분의 1이닝 1실점했고, 다음 등판(4월 2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하고 시즌 첫 승도 따냈다.

'5월의 임찬규'는 강력했다. 네 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선 올 시즌 가장 긴 7이닝을 던지면서 4피안타 무실점하고 5승째를 올렸다. KBO리그 국내 투수 중 나균안(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다. 패전은 하나도 없다. 규정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도 1점대(1.97·29일 기준)다.

케이시 켈리(5승 2패 평균자책점 4.21), 애덤 플럿코(7승 무패 평균자책점 2.10) 원투펀치가 든든한 LG는 선발 평균자책점 1위(3.29)다. 국내 선발이 거둔 9승 중 절반이 넘는 5승을 따낸 임찬규 덕분이다. 염경엽 LG 감독도 "임찬규가 투수진에 부상자가 많았지만 임찬규가 버틸 수 있는 축이 됐다"고 칭찬했다.

2010년 휘문고를 대통령배 우승으로 이끌고 이듬해 LG에 입단할 당시 임찬규는 '파이어볼러'였다. 컨디션이 좋을 땐 시속 150㎞도 찍었다. 배짱도 두둑해 이대호나 최정 같은 슬러거에게도 장타 위험이 있는 몸쪽 공을 자신있게 뿌렸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잦은 등판을 한 탓에 구속이 떨어졌다.

임찬규가 그래도 프로에서 살아남은 건 변화구 덕분이다. 타자가 투수의 공을 봤을 때 구종을 구분하기 어려운 구간을 '피칭 터널'이라고 부른다. 길면 길수록 타자들은 구종을 구분하기 어렵다. 임찬규는 자신의 투구 동작을 연구한 뒤 '터널'을 길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공을 놓은 릴리스포인트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의 궤적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성공했다.

슬로커브도 임찬규의 무기다. 낙폭 큰 커브를 정확하게 던진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높은 코스로 던져 타자의 눈을 현혹한 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진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서 제공하는 구종가치에서 체인지업과 커브가 모두 10위 안에 있는 투수는 임찬규 뿐이다. 오른손 타자에겐 슬라이더도 던지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4지선다'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역설적으로 임찬규가 좋아진 이유는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렸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염경엽 감독이 구속에 대한 부담보다는 '네 변화구를 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구에 집중하기 위해 힘을 쓰지 않고 던지니 직구 힘과 속도가 붙었다.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 연합뉴스

LG 트윈스 우완 임찬규. 연합뉴스

평균 140~141㎞로 형성되던 임찬규의 패스트볼 속도가 최근 빨라졌다. 지난 28일 KIA전에선 평균 143.9㎞를 기록했다. 2회 말 변우혁 상대로는 높낮이가 다른 코스로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져 삼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했던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패스트볼 속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경기 중에도 구속을 자주 확인했다. 최고 147㎞가 나왔다"며 "원래 임찬규가 그 정도 구속은 던졌던 투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면 공이 빨라질 수 있다. 선발로 꾸준히 던지고, 더 큰 역할을 맡으면서 심리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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