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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아기울음…단양 영춘마을 ‘보물 1호’ 현수막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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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일 단양군 단양공설운동장에서 학생 수 50명 미만 7개 초등학교가 합동으로 연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 [사진 단양교육지원청]

지난 3일 단양군 단양공설운동장에서 학생 수 50명 미만 7개 초등학교가 합동으로 연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 [사진 단양교육지원청]

지난 1월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서는 2년 만에 아기가 태어나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였다.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면사무소에 모여 아이 부모에게 꽃다발과 축하금을 줬다.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이진희 영춘면 총무팀 주무관은 “출생신고를 하러 온 부모를 보고, 이 소식을 지역주민 모임인 영친회 등에 알렸다”며 “각 단체에서 모은 출산축하금 220만원을 드리고, ‘영춘면 보물 1호’라고 쓴 현수막 3장을 면 소재지와 마을 입구에 걸었다”고 말했다.

단양군은 충북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 2019년 8월 3만 명 선이 무너진 뒤 꾸준히 줄어 지난 4월 기준 2만7685명이 산다. 단양군 8개 읍·면 중 단양·매포읍을 제외한 면 단위 마을은 한 해 태어난 신생아가 2~4명 수준에 불과하다. 대강면과 영춘면·어상천면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0명이다.

단양군 매포읍 김상규 부읍장이 ‘아기 탄생 축하 행복 주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권 기자

단양군 매포읍 김상규 부읍장이 ‘아기 탄생 축하 행복 주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 10일 찾은 매포읍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멘트 공장이 있어 단양군에서 제법 유동인구가 많은 편에 속하지만 전통시장을 비롯한 시내 상점에서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매포읍에는 5000여 명이 산다.

장춘봉 매포읍 청년회장은 “30여 년 전만 해도 매포읍은 2만~3만 명이 살았지만, 인구가 줄면서 지금은 오후 7~8시만 되면 인적이 끊기다시피 한다”며 “단양은 관광지가 많아 놀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교육이나 의료시설이 열악해 정착하는 인구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양군은 2015년 하나 남았던 종합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다. 큰 병을 치료하려면 인근 제천이나 강원도 원주로 나가야 한다. 산부인과가 없어 외지에서 출산하고 돌아온다. 매포읍 청년회는 출산율 높이기에 도움을 주려고 지난해부터 자체 회비로 출산 가정에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고 있다. 장 회장은 “매포읍에서 신생아 옷을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농협상품권과 이마트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 있다”며 “자녀 교육 때문에 제천에 집을 마련하고 출퇴근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단양에선 소규모 초등학교 합동운동회가 열렸다. 단양 지역 10개 학교 중 학생 50명 미만 7개 학교가 참여했다. 총인원은 228명에 불과했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신규 학원 설립도 뜸한 편이다. 최근 단양교육지원청은 5년 만에 피아노학원 설립 인가를 내줬다. 김현지 단양교육지원청 주무관은 “너무 오랜만에 학원 설립 신청이 들어오는 바람에 인근 제천시교육청을 찾아가 법률상 요건 외 담당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 등을 배워온 뒤에야 인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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