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이 10배 더 걸리는 이 병…명의 잠귀가 밝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류머티스질환 명의’ 배상철 교수

류머티스질환 치료·연구의 일인자인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요즘은 류머티스성 관절염 표적치료제도 잘 나오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류머티스질환 치료·연구의 일인자인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는 “요즘은 류머티스성 관절염 표적치료제도 잘 나오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15분 도시락 식사, 5분 양치질.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상철(64) 교수의 점심시간이다. 연구실에서 점심을 20분 만에 해치우고 진료실로 향한다. 한 명이라도 더 진료하기 위해서다.

배 교수는 한국 류머티스질환 치료·연구의 선구자이자 일인자다. 세계에서도 선두권이다. 류머티스질환은 관절·근육·뼈 등에 이상이 오는 병으로, 100여 가지가 넘는다. 노화 현상으로 생기는 퇴행성관절염, 류머티스성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루푸스), 통풍, 강직성척추염 등이 대표적이다.

골치 아픈 게 자가면역질환이다. 면역체계가 고장 나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한다. 관절을 공격하면 류머티스성관절염이 된다. 이건 노화와 무관하다. 아이에게도 생긴다. 또 뇌·심장·신장 등 전신을 공격하는 병이 루푸스다. 배 교수의 주특기는 류머티스성관절염과 루푸스다.

두 개의 병은 젊은 세대, 특히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배 교수는 “안타깝게도 왜 그런지 아직 원인이 밝혀진 게 없다. 다만 여성호르몬과 성염색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라고 말한다.

류머티스성관절염은 주로 30~40대에서 많이 생기고, 2021년 약 13만 명이 진료를 받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구 100명당 1~2명이 걸린다. 당뇨병·고혈압보다 많지는 않지만, 자가면역질환 중에서 상당히 많다.

불치병인가.
“그렇지 않다. 염증 원인이 밝혀지고 이를 막는 표적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절대 실망할 필요 없다.”
퇴행성관절염과 어떻게 다른가.
“퇴행성은 많이 써서 생긴다. 대체로 60세 넘어 발병한다. 주로 척추·무릎에 걸리는 반면, 류머티스성관절염은 전신 관절에 좌우 대칭으로 온다. 또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손 끝 마디에, 류머티스성관절염은 손 중간 관절에 온다.”
류머티스질환은 평생 가나.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병으로 여겨도 좋다. 내가 관리하는 환자군(코호트)의 10%는 완치된다. 약을 잘 먹으며 관리하는 사람이 40~50%, 관리가 잘 안되는 힘든 사람이 30% 정도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루푸스는 면역세포가 뇌·심장·신장·폐, 관절과 근육, 피부, 신경조직까지 공격하는 무서운 병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100만 명당 25~50명꼴로 발생한다. 국내 추정 환자는 2만 명가량이다. 배 교수는 “온몸을 공격하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이라고 말한다. 루푸스는 제대로 적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목숨을 앗아간다. 또 가임기(15~45세) 여성이 많이 걸린다. 남성의 8~10배다.

대표적인 증상은.
“대표적인 게 코 주변의 나비 모양 발진이다. 햇볕에 나가면 많이 빨개진다. 감기몸살 기운처럼 근육통·관절통이 있고 미열에다 임파선이 붓고 피로한 증상이 한두 달 가면 의심해볼 만하다. 찬 곳에 노출되면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증상, 탈모도 주요 증상이다.”
원인이 뭔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과 환경을 꼽는다. 엄마가 루푸스이고 딸이 류머티스성관절염인 경우가 있다. 자매가 루푸스와 류머티스성관절염을 각각 앓는 경우도 있다. 환경 요인은 흡연이다. 유전과 흡연이 결합할 경우 흡연이 트리거(방아쇠)가 된다.”

한양대병원은 루푸스 환자의 4차 병원 역할을 한다. 다른 병원과 의원에서 급한 불을 끄고 해결이 안 된 중증 환자가 몰린다. 응급환자도 적지 않다.

요즘도 응급환자가 오나.
“밤에도, 일요일에도 갑자기 응급실 호출을 받는다. 이 정도면 중증 환자들이다. 잘 때 휴대폰을 항상 머리맡에 둔다. 귀가 밝아서 전공의의 응급 콜을 놓치는 경우가 없다. 루푸스가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서 같은 치료법이 거의 없다. 해외 학회에 나가도 항상 비상대기 모드를 유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