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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도전에 도전, 누리호가 쏘아 올린 ‘우주의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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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지난 25일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올랐다. 더 힘차고 강했다. 이번에는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릴 8개의 실제 위성들과 함께였다. 지난해 6월 2차 발사 성공에서 더 나아가 그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결과다.

이번 발사는 그야말로 실전이었다.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사체만, 2차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만 탑재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가 우주 상공을 향해 날아올라 목표 궤도에 실제 위성을 안착하는 실제 과업을 달성한 것이다.

민관이 손 잡고 쉼없이 달려와
어렵기 때문에 더 나가야 할 길
우주산업 생태계 닦는 이정표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한 준비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우리가 보유한 비행 성공 데이터는 2차 발사 경험 하나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발사는 그때와 동일하지도 않았다. 모사체가 아닌 실용 위성을 탑재하고, 여러 개의 위성을 다중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기체의 무게를 고려해 적정한 추력과 추진제 양을 산출하는 것도, 비행 이벤트들을 초 단위까지 구성하는 것도, 모두 처음인 도전이었다.

탑재 위성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모두 8기의 위성 중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서 2017년부터 개발해 지난해 제작을 완료하고 누리호에 실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은 러시아 발사체를 쓸 수 없게 되면서 대안을 찾던 중 누리호와 만났다. 아울러 국내 3개 중소업체가 개발한 큐브 위성도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 후 국내 기업 위성의 우주검증 기회 확대 차원에서 새롭게 선정됐다.

민간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누리호의 반복 발사 과정에 참여해 기술을 이전받을 이른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발사 준비의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이번 3차 발사에는 발사 운용 과정에 참여하고, 4차 발사부터는 발사체 제작 과정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역할은 그동안 국가기관 중심으로 이끌어오던 우주개발을 민간 중심의 산업생태계, 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전환해 대한민국의 ‘우주 경제’를 본격적으로 열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첫 경험들이 한데 모여 누리호 3차 발사는 또다시 성공이라는 결실을 보았고, 우리는 성공의 데이터를 또 한 번 축적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실패를 통한 소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대한민국 우주 발사체는 성공이든 실패든 광대한 우주 공간을 향한 경험을 자꾸자꾸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 스타트업 육성, 우주 소자부품 국산화 지원,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 국가 위성정보 활용 촉진 등 우주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주도로 2025년 인류가 다시금 달 탐사에 나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2030년쯤 발사를 목표로 독자적인 달 착륙선 구축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등을 위해 올해 4337억원을 지원하고 앞으로도 관련 분야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

누리호의 성공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연구자와 기업 관계자들의 피땀 어린 열정과 노력이 새겨져 있다. 최근 미국·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이 우주를 향한 도전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경각심과 함께 더 철저하고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 여기에 더해 결과와 관계없이 언제나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이 우주를 향해 중단 없이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큰 원동력이다.

1962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이유를 언급하면서 “쉬운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그 일을 한다고 역설했다. 우주를 향하는 길은 그만큼 멀고 험난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대한민국의 연구자는 물론 국민 모두와 함께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우주를 향해 도전하고 또 도전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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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