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도둑맞은 거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이 920자짜리 짧은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은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가? 이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겨우 세 문단이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그러나 3000자는 어떤가? 5000자는? 그보다 긴 글은? 어디까지가 오늘날 우리의 집중력의 한계일까?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은 소셜미디어와 이메일과 유튜브가 당신의 의식 한 켠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눈앞에 글이 흘러가는 동안 머리 뒤쪽에서 가상의 알림이 반짝거린다. 그걸 무시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허락받고 있을까?

당신은 습관처럼 소셜미디어에 접속한다. 쉴 새 없이 환기되는 새로운 주제와 소식이 의식의 흐름 위로 명멸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는 유희의 시간에는 대가가 따른다.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

행복한 북카페

행복한 북카페

(2023)에서 그는 “개인 차원에서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며, 민주주의는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하기에 집중력 문제가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좋다. 그럼 우리가 모두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해결되는가?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동영상 한 개만 보고 유튜브를 끈 적이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은 들어온 사용자가 계속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사용자가 흥미로워하는 콘텐트를 추천하기 위해 기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다각도로 파악한다.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의 탄생이다.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가 이 시스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를 ‘낚고’ ‘미치게’ 만들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 가득한 환경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가?” 기업의 서비스는 당연하고 불변하게 주어지는 자연환경이 아니라, 사회가 합의하고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