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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출산 파업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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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숙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조현숙 경제부 기자

한국 사람은 ‘출산 파업’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를 말하는데, 남녀 20명이 다음 세대엔 7~8명이 된다는 의미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만이 세운 대기록이다.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 올해 1~3월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반등했지만 같은 기간만 놓고 보면 역시 최저다. 연말보다 연초에 아이를 낳길 선호하는 문화 탓이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지난해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재앙이다.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통계를 낼 때 가임 여성은 15세에서 49세 사이로 본다. 올해 4월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1127만 명 정도다. 그런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10년 안에 1000만 명 선이 깨지고 2040년 850만 명, 2060년 535만 명으로 내려앉는다. 지금 출산율을 유지하더라도 엄마 수가 반 토막이라 태어나는 아이 수도 절반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진다면 출생아 수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28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최대 위험으로 인구 문제를 지목한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한국인과 중국 교포(조선족),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만 가능했던 돌봄·가사 취업 문호가 크게 열린다. 필리핀에서 온 돌봄 선생님, 베트남 국적의 가사관리사를 곧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25일 관련 토론회를 열었는데 역시나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내국인 일자리 잠식, 처우와 임금 문제, 인권 침해 등 부작용이 예상됐다. 이를 예방할 대책은 아직 공란이다.

오랜 기간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허용한 홍콩·싱가포르에서 출산율이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이민정책 대수술이란 정공법은 피한 채 저출생 대책 ‘포장’만 씌운 설익은 정책 티가 풀풀 난다.

시험 시간 내내 딴짓을 하다 종이 울리니 오답인 줄 알면서도 급하게 써내는 수험생이나 다를 게 없다. 미국 문학평론가 헨리 루이스 멩켄이 한 말을 되새겨볼 때다. “모든 문제엔 쉬운 해결책이 있다. 단순하고 그럴듯하지만 잘못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