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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도발’ 통보한 날, 북 외무성 부상 “일본과 못 만날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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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후미오

북한이 29일 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최근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고위급 협의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상길 외무성 부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일본인 납북자 귀국 촉구 대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담화 발표 이후 취재진에 “자신이 직접 맞선다는 각오로 납북 문제에 임해 왔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고자 한다”며 대화 의지를 또 한번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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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교가에선 박 부상의 언급이 실제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엔 이르다는 반응이 많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화를 위해선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완전히 수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이번 담화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1970~80년대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이미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담화의 주체가 ‘김정은의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북한 외교의 공식 수장인 최선희 외무상이 아니라는 점도 무게감을 떨어뜨린다. 외무성 부상은 한국의 외교부 차관에 해당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최근 한·미·일 공조가 공고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일본을 일종의 ‘약한 고리’로 여기고 3국 공조에 균열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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