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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학 기초가 부족하다는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41.8%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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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 [뉴스1]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 [뉴스1]

수학 기초학력 미달 고교생 비율이 10년 새 3.3배로

수낵 영국 총리 “수학은 세상의 변화 헤쳐 나갈 힘”

어제 서울대 신입생(이공계)의 41.8%가 기초수학 실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입생 1642명이 응시했고, 이 중 679명이 고교수학을 다시 공부해야 할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됐다. 지난해(30.3%)보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 크게 늘어났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고교의 우수 인재들이라는 서울대마저 학생들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위기다.

지난 10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었다. 2012~2021년 기초학력 미달(고등학생) 비율이 수학(4.3%→14.2%), 국어(2.1%→7.1%), 영어(2.6%→9.8%) 모두 급증했다. 지난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도 우리의 수학 하위 수준 비율은 15%나 됐다.

이처럼 학력 수준이 떨어진 원인은 진보 교육감 등을 필두로 만연했던 학력 경시 풍조가 공교육 전반에 자리 잡은 탓이 크다. 제도적으로는 자유학기제 확대처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 측면도 있다. 그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은 학교 현장에 확산돼 왔다. 중·고교 때 누적된 학력 결손은 대학까지 이어져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는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학생들의 공부 시간과 양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학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만 반복하고 있어서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시험용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부에 대한 흥미마저 잃게 된다.

특히 수학은 반복된 문제 풀이 교육으로 일찌감치 ‘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수학 교육의 주된 목적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다. 개념과 정의, 공리와 증명으로 이뤄진 수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연역 체계다. 그 안에서 학문에 필요한 추론 능력은 물론, 일상에 필요한 기초 연산 능력까지 깊고 넓게 궁리하는 힘을 키운다.

교육학자 찰스 파델에 따르면 고대부터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교과목은 수학과 논리(언어)였다.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물질 세계를 형이상학적으로 추상화하는 능력인데, 그 핵심이 바로 언어와 수학이기 때문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올해 첫 연설에서 “수학은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 나갈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수학 교육 강화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서울대 신입생 평가에선 글쓰기 능력도 함께 측정했는데, 32%가 최하등급을 받았다. 인간은 언어를 매개로 사고하기 때문에 글쓰기·말하기 능력 저하는 사고력의 퇴화를 뜻한다. 그런데도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26조원)은 역대 최고였다. 그 많은 학원과 학교에선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교육의 본질적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