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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회장 선거 도운 우리은행 간부가 부행장에...박영수 큰 그림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2014년 대한변협 회장 출마 당시 선거 캠프에 김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드나든 정황을 포착했다. 김 전 부행장은 이후 우리은행이 김만배 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등이 주축이 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1500억원 상당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토록 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박 전 특검과 그의 측근인 양재식 변호사의 범죄혐의 개요를 거의 완성했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과 본격적으로 얽혀 지낸 건 2014년~2015년 사이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한 박영수 전 특검의 혐의를 상당부분 완성했다. 사진은 박 특검이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한 박영수 전 특검의 혐의를 상당부분 완성했다. 사진은 박 특검이 2017년 3월 6일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박 전 특검이 2014년 3월~2015년 3월 우리은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2014년 하반기 캠프를 꾸려 2015년 1월 변협 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애초 지분투자 형식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려했던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로 대주단 참여로 전환해 1500억원 상당의 대출의향서를 성남의뜰에 제출한 시점은 2015년 3월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이 지분투자를 하고, 대주단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의 대출을 하게 해달라”는 김만배 등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고 200억원을 받기로 약속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특검과 친분이 깊은 김 전 부행장이 박 전 특검의 부탁을 받고 우리은행의 대출의향서 제출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그림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변협 회장 선거캠프에 김 전 부행장이 나타나 개인적으로 선거를 도왔다는 정황과 증거 및 진술도 확보했다. 대장동 일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도 이 캠프의 일원이었다.

 검찰은 당시 상무급이던 김 전 부행장이 2014년 12월 부동산 대출을 다루는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배경에 박 전 특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심도 하고 있다. 검찰은 처벌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박 전 특검의 우리은행 인사 개입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김 전 부행장과의 친분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의 대출의향서 제출에 개입할 수 있었던 유력한 경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박 전 특검이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우리은행을 영입하려하자, 박 전 특검이 나서서 이를 막았다는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의 혐의는 우리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방지와 대출의향서 제출 개입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 혐의도 구체화

 검찰은 박 전 특검 외에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의원의 혐의도 구체화하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막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서도 박영수 전 특검과 비슷한 구조로 혐의를 구성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곽 전 의원. 뉴시스

검찰은 50억 클럽과 관련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서도 박영수 전 특검과 비슷한 구조로 혐의를 구성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곽 전 의원. 뉴시스

결과적으로 검찰은 성남의뜰 컨소시엄과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데려가려고 서로 각축을 벌이던 와중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유지하는 데 힘을 썼다는 것을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의 혐의로 구체화해가고 있는 셈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1기 수사팀의 50억 클럽 수사 때와 비교해 이번 수사팀이 새로운 결정적 증거를 찾았다기 보다는 사실관계 전반을 제대로 배열하면서 혐의를 재구성하고 있다”며 “사실관계의 재배열만으로도 범죄 혐의 구성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움직임을 거의 확인한만큼 조만간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50억 클럽 수사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며 “혐의 내용 상당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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