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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만명 수도권 원정 진료”…전광판 광고까지, '의대 신설' 사활 건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필수 의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자치단체는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 정원 늘리기만으론 적정 의료인력 확보와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대 없는 비수도권 유일 ‘인구 100만 대도시’

지난 3월 열린 경남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추진위원회' 출범식. [사진 창원시]

지난 3월 열린 경남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추진위원회' 출범식. [사진 창원시]

29일 경남도와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 의대 유치’는 경남지역 30년 숙원사업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비수도권 대도시 중 의대가 없는 곳은 창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국가산단이 위치한 동남권 산업벨트 중심지로 제조업 등 산업보건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지만, 지역 실정에 맞는 의료인력 양성기관은 전무하다.

인구 338만인 경남에는 경상국립대(진주)에 의대가 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이 76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3명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남 의사 수 역시 인구 1000명당 1.71명으로 전국 평균 2.13명에도 못 미친다. 서울(3.37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경남 18개 시ㆍ군 지역 중 14개 지역이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속한다. 이 때문에 매년 20만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간다. 창원시 관계자는 “정원 100명 이상이 늘어야 하는데, 기존 의대 정원 늘리기로는 40~50명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대학병원 규모와 교수 충원 등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0만 서명운동 돌입

경남 창원 의과대학 유치 100만 시민 100만 서명운동 현장. 사진 창원시

경남 창원 의과대학 유치 100만 시민 100만 서명운동 현장. 사진 창원시

경남도와 창원시는 지난 1월 ‘창원 의과대학 유치기획단’을 구성, 유치 활동에 착수했다. 지난 3월에는 지역 국회의원과 도ㆍ시 지방의원, 경제계, 의료계, 교육계, 시민ㆍ사회단체 등 1000명이 참석한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어 ‘100만 시민 100만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창원 지역 5개 구청(성산ㆍ의창ㆍ마산회원ㆍ마산합포ㆍ진해)에 서명운동 추진단을 구성, 시 전역에서 온ㆍ오프라인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서명지는 오는 7월 창원 의대 신설 청원서와 함께 정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릴레이 1인 시위 등도 계획하고 있다.

의대 없는 유일한 ‘전국 광역도’

지난 1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유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지난 1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유치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전남도

전남도 역시 의대 신설을 주장한다.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 시ㆍ도 가운데 세종을 제외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광역자치단체다. 전남엔 전국 98개 응급의료 취약지 가운데 중 17곳이 몰려 있다. 전남도는 의대 신설 관련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KTX, 수도권 전광판 등을 활용한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 지역 국회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 응급환자 유출률 48.9%, 중증외상 환자 전원율 49.7%로 전국 평균 2배를 웃돌고 전남도내 유인 도서 271개 중 의사가 없는 도서가 59%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ㆍ전북ㆍ인천ㆍ충남 “공공의대 설립”

지난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공의료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북에선 공공의대 설립과 상급종합병원 유치 목소리가 크다.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37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다. 경북 의대 정원은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유일한데,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도 14위에 그친다.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중증 환자를 대거 다른 시도 상급 종합병원으로 옮기기도 했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은 연구 중심 의대 설립도 추진 중이다. 포항에선 환자를 돌보는 일반 임상의사와 달리 신약ㆍ의료기기 등 연구ㆍ개발도 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남은 서해안 인접 지역 위중증 환자를 도시지역 의료기관까지 옮기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공주에 공공의대를 설립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원 한계 있어…의대 신설해 ‘의료격차’ 해야”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지역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선발하고 훈련해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공공의과대학’을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우선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8년째 동결이다. 2020년 정부는 의대 신입생 정원을 지난해부터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 동안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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