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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집단 대응’ 막기 총력전 나선 中… “韓, 美요구 거부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9일 미국이 한국 경제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다는 칼럼과 지난 1953년 미군 주력이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기아와 오염만 남겼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글로벌타임스 촬영

중국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9일 미국이 한국 경제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있다는 칼럼과 지난 1953년 미군 주력이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기아와 오염만 남겼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글로벌타임스 촬영

미국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을 제재한 중국이 반도체 수급과 관련, 서방의 ‘집단 대응’을 막기 위해 한국을 겨냥한 여론전에 나섰다.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미 간 공조 틈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29일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 딜레마에 한국이 실용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압박성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미국에서 진행된 안덕근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회담에서 반도체 산업망·공급망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의 구멍을 메워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 정부에 마이크론이 남긴 중국 시장의 공백을 한국의 칩 제조사가 채우는 것을 금지하도록 요구했다면 사실상 한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서 사업을 더 확장할 기회를 막은 것”이라며 “그러한 시도는 다른 나라 사이의 호혜적이고 합법적인 상업 협력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며 국제 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낙인 찍은 미국이 한국 경제를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라는 압박인 셈이다.

중국은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을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똑같은 ‘국가 안보’를 구실로 제재하면서도 한국 기업과는 분리 대응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마이크론에 적용된 안보 심사가 한국 기업에 적용될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에 대중국 수출 제한을 협박하는 것은 자신의 패권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그러한 행위는 중국 기업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타 각국과 관련 기업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은 이중 포석”이라며 “미국의 화웨이와 반도체 기술 제재를 타개할 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도와 중국의 경제 강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집단 대응’ 움직임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복합적 시도”라고 해석했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 집단 대응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사전 포석이란 의미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이크론 본사 입구의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의 마이크론 본사 입구의 로고. AP=연합뉴스

환구시보는 이미 지난 26일 3면 기사를 통해 미·중 반도체 전쟁이 한국을 딜레마에 빠뜨렸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에 비판 성향의 신문을 집중 인용하며 한·미 사이의 틈 벌리기에 주력했다. 환구시보는 같은 날 “핵 오염수 배출에 바람잡이 맡나? 서울은 자기 양심이나 돌아보기를”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며,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도 아니다”라며 한·일 공조 차단에도 주력했다.

한편 홍콩 매체도 중국의 한국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홍콩 명보는 29일 필명 퉈레이미(托勒密)의 칼럼을 게재하고 북핵 고도화에 대응해 확장 억제를 강화한 한·미의 워싱턴 선언을 깎아내렸다. 칼럼은 “일단 중국공산당이 대만 무력통일을 결의하면 주한미군을 견제할 수 있는 북한이라는 바둑돌을 보유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구두상의 외교적 언사를 제외하면 북한의 군사활동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중국의 속내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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