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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베네치아 운하 미스터리…범인 지목 환경단체 "안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 대운하에 녹색 액체가 퍼져 관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28일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가 녹색으로 물든 모습. 인체에 무해한 형광염료로 밝혀졌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조사 중이다. AP=연합뉴스

28일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가 녹색으로 물든 모습. 인체에 무해한 형광염료로 밝혀졌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조사 중이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베네치아의 한 시민이 베네치아 운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리알토 다리 주변 물이 형광 녹색으로 물든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베네치아시 당국은 지역 경찰·소방대·환경청 등과 함께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운하 샘플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맡겼다. 아울러 누군가 고의로 운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폐쇄회로(CC) TV를 검토하고, 곤돌라 뱃사공과 보트 운전사 등을 상대로 탐문조사에 나섰다.

시 당국은 운하에 독성이 있는 액체가 퍼졌을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지만,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체에 무해한 형광염료인 플루오레세인으로 밝혀졌다. 이 형광염료는 주로 하수도 연결관과 배수설비 등에서 물이 샐 때 주입해 누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시민 건강이 위험한 상황은 없으나, 운하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네치아 운하를 형광 녹색으로 물들인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안드레아 페고라로 시의원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현지의 유명한 환경단체인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를 지목했다고 CNN은 전했다.

기후 위기에 관심을 촉구하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최근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 피우미 분수, 바르카치아 분수 등에 숯을 희석한 식물성 먹물을 부어 검게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CNN에 “이번 사건은 우리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68년 아르헨티나 예술가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가 환경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베니스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28일 베니스 운하가 녹색으로 변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1968년 아르헨티나 예술가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가 환경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베니스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28일 베니스 운하가 녹색으로 변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와는 별개의 환경 시위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안사통신은 이번 사건은 지난 1968년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예술가 고(故)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1937~2016년)가 베네치아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인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전했다. 당시 우리부루는 ‘현대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됐는데, 배를 타고 운하에 나가 플루오레세인을 뿌렸다. 이후 우리부루는 뉴욕 이스트강, 파리 센강,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아추엘로강 등에서도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일부 관광객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안사통신은 전했다. 이날 베네치아 운하에는 약 2000척의 배가 참가하는 전통의 노 젓기 대회 ‘보갈롱가’가 열려 많은 관광객이 몰린 상태였다. 시 당국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29일 경찰·소방대·환경청 등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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