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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술핵 배치된 벨라루스 "푸틴 편들면 핵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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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68)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가 동맹국에게 핵무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선전하며, 러시아가 주도하는 '연합국가 협정'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의 군사적 동맹국으로, 최근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이전을 결정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동맹 맺는 국가에 핵무기를 지원하겠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포럼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동맹 맺는 국가에 핵무기를 지원하겠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포럼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AP=연합뉴스

방러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제1채널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간 '연합국가' 협정에 동참하는 모든 국가에 핵무기가 제공될 것"이라며 "이 협정은 단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9년 연합국가 설립에 관한 협정에 따라 경제·정보·기술·농업·국경 안보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혈맹국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서 어떤 국가에 연합국가 협정을 촉구하는지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들은 걱정이 많겠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가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맺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카자흐스탄 등을 언급했다.

특히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이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발언이라 이목을 끌었다. 양국은 벨라루스 영토에 러시아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지 2개월여만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서방은 대리전을 펼쳐 러시아를 패배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벨라루스 영토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건 전략적 억제 단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핵무기 배치가 완료되면, 벨라루스는 1996년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한 뒤 27년 만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벨라루스는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에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전술핵은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보다 상대적으로 위력이 작아 국지전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된 핵무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에 배치된 전술 핵탄두 100기를 포함해 200기를 갖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무려 2000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CNN은 "최근 러시아가 핵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루카셴코의 이 같은 발언은 세계적인 핵확산에 대한 더욱 큰 우려를 낳는다"고 전했다. 1994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구소련 국가 중 푸틴 대통령의 가장 굳건한 군사 동맹 파트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자국 영토에 러시아군 주둔을 허용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지난 24일 모스크바에 열린 유라시아 경제 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지난 24일 모스크바에 열린 유라시아 경제 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진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생화학 및 핵 방어 군대를 지휘했던 브리튼 고든 대령도 "긴장은 고조됐으나, (러시아 측의) 중대한 전략적 오류"라며 "러시아의 위협은 공허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은 방러 기간 중 그간 반복돼온 '건강 위중설'에 다시 휩싸였다. 푸틴 대통령과의 비공개 밀실 회담 이후 모스크바의 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인 베로니카 체프칼로는 지난 27일 텔레그램을 통해 "루카셴코가 위중한 상태로 판단돼 전문의들이 파견됐다"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러시아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일) 기념식 이후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두문불출하면서 "건강이 위독하다"는 논란에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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