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공개입찰 합시다” 추경호, 변양호에 반기 들다 ⑥

  • 카드 발행 일시2023.05.30

어질어질했다. 식전 댓바람부터 아들뻘, 잘 봐줘야 장조카 정도나 될 젊은 검사들에게 온종일 시달린 뒤끝이었다. 어슴푸레해진 3년 전 일을 기억해 내라며 다그치던 그들을 상대하다 보니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았다. 그래도 어느덧 해는 서녘으로 넘어가고, 취조도 종막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 진술 조서 뭉치가 놓였다. 일별한 뒤 지장만 찍으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 미진한 듯 자꾸만 조서를 들춰 보더니 이윽고 펜을 요구했다. 그리고 조서 아래의 빈칸에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긴 호흡으로 문장 하나를 적어 내려간 그는 그제야 손도장을 찍은 뒤 그곳을 벗어났다.

그는 당시 부총리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2023년 5월 현재 그의 이름 뒤에는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 ‘국회의장’이라는 직함이 붙어 있다. 그는 김진표였다.

 2003년 10월 경제부총리 시절의 김진표가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10월 경제부총리 시절의 김진표가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