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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수 대북송금 대부분 유죄…법조계 "檢, 이재명 소환 임박"

중앙일보

입력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아태위는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창구였다. 뉴스1

2018년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가 경기도 성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왼쪽 둘째) 등 북한 대표단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오른쪽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아태위는 당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 창구였다. 뉴스1

 지난 23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과 관련된 의혹을 1년 넘게 파헤쳐 온 검찰의 숨통을 트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이정재)는 대북 브로커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의 경기도 보조금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불법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안 회장 대한 재판은 대북사업 과정에서 그와 호흡을 맞췄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에 대한 재판의 예고편 격이라고 평가돼 왔다. 그러나 이 재판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쟁점이 됐던 사실들이 검찰이 계속 수사중인 이 전 부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제3자뇌물제공’ 혐의 구성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제3자인 북측에 제공한 금전을 경기도로부터 대북사업권이나 각종 이권 사업권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 대표 등에게 제공한 뇌물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 시나리오가 처벌로 이어지려면 우선 돈을 마련하고 북측에 전달한 목적과 과정이 법원에 의해 ‘사실’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간 안 회장과 김 전 회장 등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대북송금의 전말을 털어놓았지만 그것이 모두 사실로 인정받을지에 대한 관측은 엇갈려 왔다. 금전이 오간 사건에서 가장 유력한 증거로 평가되곤 하는 수수자(북측)의 진술을 검찰이 받아낼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금전을 제공케 한 당사자에 해당하는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가 전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안 회장과 다른 전 아태협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불법 대북송금 과정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해 안 회장의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 입장에선 이 전 부지사의 전면 모르쇠를 깨뜨릴 열쇠를 하나 더 얻은 셈이고 이 전 부지사는 그만큼 불리해진 셈이다.

법원 “500만 달러는 대납”

 안 회장에 대한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2018년 10월29일 경기도가 제1회 아태평화국제대회에 지급한 보조금이 약속했던 5억원에 못미치게 되자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을 안 회장에게 소개했다고 전제했다. 김 전 회장의 쌍방울그룹이 경기도가 주지 못한 2억원을 기부금 형식으로 아태협에 지원했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북한에 지원키로 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50억여 원)를 김 전 회장이 대신 북한의 대남 사업 총괄 기구인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에 건넸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대북사업 추진 기회를 얻으려 했던 쌍방울 측이 2018년 12월 안 회장과 김 전 회장, 방용철 그룹 부회장 등이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과 박철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 돈을 경기도 대신 지급키로 약속하고 방법을 찾아나갔다는 것이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 안부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 안부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안 회장이 북측에 건넨 것으로 파악된 금액은 ▶2018년 12월26일 평양에서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에게 7만달러(8000만원) ▶2019년 1월24일 중국 선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14만5040달러와 180만위안 등 한화로 환산하면 총 5억2000여만원이다. 이중 평양에서 김영철에게 건넨 돈은 쌍방울그룹에서 기부받은 4억원 중 일부다. 안 회장은 금전 지급의 대가로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2차 아태평화국제대회와 4·27 남북 정상회담 기념 국제평화대전(평화 마라톤 대회), 옥류관 및 대동강맥주 사업 주체로 선정돼 조선아태위 명의의 사업 동의서를 받아왔다.

이해찬(앞줄 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뒷줄 오른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소속으로 2017년 7월8일 중국 지린성 훈춘 TRY 공장을 찾아 김성태(뒷줄 왼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독자 제공

이해찬(앞줄 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뒷줄 오른쪽)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소속으로 2017년 7월8일 중국 지린성 훈춘 TRY 공장을 찾아 김성태(뒷줄 왼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독자 제공

안부수와 김성태의 콜라보…스마트팜 지원

 2019년 1월24일 안 회장이 송명철에게 지급한 돈은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 대납 또는 쌍방울그룹-조선아태위 합의 이행 목적으로 북측에 보낸 돈의 일부로 판명됐다. 재판부는 안 회장의 2차 대북송금은 2019년 1월17일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위가 맺은 지하자원 개발 등 6개 대상 사업 ‘경제협력 합의’의 대가 차원이라고 봤다. 안 회장이 향후에도 대북사업을 우선 협의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기 위해 김 전 회장, 방 부회장 등과 함께 외화를 추가 지급하기로 모의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북한 산림 녹화를 표면적인 목적으로 내세우고 김성혜가 요구한 금송, 주목 등 조경수를 경기도 보조금으로 사들여 지원하려 했다는 정황도 모두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아태협이 2019년 3월28일 경기도에 금송 2만5000주, 주목 8만5000주 등 묘목 11만주와 밀가루 1651t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뒤 이튿날(2019년 3월29일)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까지 결재하는 등 신속하게 사업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명, 대북 행보 안부수 행정과 맞물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 수사팀은 이번 유죄 판결로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이 전 부지사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공간이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대북사업과 관련한 행보들은 안 회장과 김 전 회장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2018년 1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제1차 국제대회 ▶2019년 3월 아태협의 묘목·밀가루 지원 사업 최종 결재 ▶2019년 11월 김영철에게 경기지사 직인을 찍어 보낸 방북 초청 요청 공문 등이 그런 행적들이다.

2019년 11월27일 시행된 '민족협력사업 협의와 우호 증진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초청 요청' 공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전결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는 공문이다. 독자 제공

2019년 11월27일 시행된 '민족협력사업 협의와 우호 증진을 위한 경기도 대표단 초청 요청' 공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전결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는 공문이다. 독자 제공

 2018년 11월14~16일 사흘 간 진행된 1차 국제대회 당시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조선아태위의 리종혁 부위원장, 송명철 부실장 등에게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스마트팜과 판교 테크노밸리의 스마트 팩토리 등을 직접 소개하며 북측에 통일 경제특구 조성을 제안했다. 쌍방울그룹 핵심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김성혜의 대납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는 스마트팜이 이 대표가 북측에 적극적 소개한 사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19년 3월 아태협의 묘목·밀가루 지원 사업을 제안 하루 만에 최종 결재자로 서명한 경위는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추궁하기를 벼르는 대목이다. 2019년 11월 방북 초청 요청 공문은 김 전 회장이 북측에 이 대표의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북측으로부터 요구받고 그룹 임직원들을 동원해 쪼개기 송금하기 시작한 시점에 발송됐다. 당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상호 양해 하에 북측에 돈을 보내고 김 전 회장은 대북사업 우선권을, 이 대표는 단독 방북 목적을 실현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우측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경기도

2018년 11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을 하고 있다. 국제대회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우측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경기도

“6월 말 시한 수사 마무리”…이재명 소환 초읽기

최근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그룹 임직원들로부터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을 2020년 초 서울 강남구의 고급 일식당에서 만나 음식과 술을 대접했고, 방북비용 대납 등 대북송금에 대해선 수차례 전화로 의견을 나눴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부터 보좌한 최측근으로 이 대표가 본인 입으로 ‘내 분신(分身)’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 사실상 대북 사업 컨소시엄을 구축해 공조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의 종착지인 이 대표 소환이 임박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최근 분위기다. 이 전 부지사가 본인의 혐의까지 전부 부인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긴 하나 조만간 이 대표를 직접 불러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에 대해 당시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오는 6월 안에 이 대표를 소환해 기소 여부 가닥을 잡은 뒤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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