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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칼럼

아침의 문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거실 밖 베란다 철창 위로 처음 본 듯한 산새 두 마리가 다투듯 날아들었다. (…) 명주는 마치 엄마가 자신을 보러 잠시 들렀다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일이면 비로소 지상에서의 고단한 숙제를 마치고 흙으로 돌아갈 거라고,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흐르고 흘러 세상 어딘가로 소리 없이 스며들 수 있겠다고.

문미순의 장편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에서. 노모를 간병하는 가난한 중년 여성 명주는 연금을 타기 위해 노모의 죽음을 숨긴다. 끝없는 간병의 굴레에 갇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