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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쌓인 '면역 빚' 몰려온다" 초여름인데 이 병 역대급 유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중교통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3월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철역 개찰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호 기자

대중교통에 대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지난 3월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철역 개찰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호 기자

초여름 날씨에도 이례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환자 수가 최근 20년간 같은 기간 통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8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20주차(5월14~20일)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25.7명으로 집계됐다. 한주 전(23.4명)보다 2.3명 늘었다.
질병청은 매년 전국 196개 의원에서 독감 의심환자에 대한 표본 감시를 한다.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인후통을 보이는 경우 독감 의심환자로 분류된다. 질병청은 1000명당 의심환자가 4.9명을 넘어서면 독감이 유행하는 것으로 보는데, 지난주 환자 수는 유행 기준의 약 5배에 달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1000명당 의심 환자 수는 13~18세(52.6명)와 7~12세(49.1명)으로 소아청소년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어 19~49세(28.1명), 1~6세(29.5명), 0세(17.4명), 50~64세(10.5명), 65세 이상(6.5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독감 유행은 보통 11월 시작돼 이듬해 3~4월 끝난다. 이번 절기 독감 의심환자는 지난해 마지막주(12월 25~31일) 1000명당 60.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여 올해 8주차(2월 19~25일) 11.6명까지 떨어졌다. 이대로 유행이 잦아드는가 싶더니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立夏)를 한참 넘겨서도 유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20주차) 독감 의심환자 비율은 질병청이 표본감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다. 과거 같은 시기 의심환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19년의 11.3명으로 올해의 절반 수준이다. 이어 2017년(7.6명), 2015년(6.6명), 2016년(6.3명), 2018년(6.0명)으로 나타났다. 독감 뿐 아니라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함께 돌고 있다. 콧물ㆍ두통ㆍ가래ㆍ인후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급성호흡기감염증도 유행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20주차 1926명으로 직전주(2160명)보다는 줄었으나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독감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이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영향으로 추정된다. 감소세를 보이던 독감 환자 수는 초ㆍ중ㆍ고 개학 시점인 9주차 이후 정체되다가 대중교통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3월20일)된 12주차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 시기 3년간 쌓인 ‘면역 빚(immune debt)’을 한꺼번에 갚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팬데믹 시기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감염도 급감했는데, 감염에 의해 얻게 되는 자연 면역력도 감소하면서 향후 갚아야 할 빚처럼 한꺼번에 다수가 감염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전문가들이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앞다퉈 유행한다’고 말할 정도로 최근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급증했다”라며 “가장 큰 원인은 방역 조치 완화이고, 3년 이상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에 노출 안된 인구 집단이 많다보니 감염 차단이 안되는 것도 배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지금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독감)나 아데노바이러스는 하기도(기도 아랫부분)를 공격해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조심해야 한다”라며 “사람 많은 곳에 되도록 가지말고 손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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