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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빈자리 무혈입성"이라는데…與최고위원 눈치싸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좋은 일로 치러지는 선거도 아닌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9일 치러지는 여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당장 29일부터 이틀간 후보등록이 시작되지만, 공식 출마 선언을 한 후보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태영호 의원이 지난 10일 최고위원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초기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수억의 돈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 당선자는 사실상 지도부에 무혈입성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의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엔 “사실상 큰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당내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재선의원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TK)의 김석기(경북 경주)·김정재(경북 포항북)·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과 호남의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이 거론되고, 충청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 수도권에선 김성원(경기 동두천)·박성중(서울 서초갑)·송석준(경기 이천) 의원이 자천타천 후보군이다.

막상 당사자들은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이용호 의원은 “전혀 출마 의사가 없다”고 했고, 김성원 의원도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각각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재원(왼쪽)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각각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최고위원에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는 ‘최고위원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 태 의원은 3·8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뒤 두 달도 안 돼 당원권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당 관계자는 “태 의원이 최고위원이었기 때문에 단순 말실수가 논란으로 비화했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최고위원이 되면 내년 4·10 총선을 10개월가량 앞두고 지역구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재선의원은 “과거처럼 최고위원을 한다고 공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지지율에 따라 지도부 총선 불출마 압박이 있을 수도 있다”며 “자칫 성배가 아닌 독배”라고 말했다.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3·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친윤계가 특정 후보를 미는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친윤일색'이라는 지적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단수후보 추천이 아닌 경선으로 갈 경우 “보궐선거에서 떨어지면 망신”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같은 기류 탓인지 당 지도부 관계자는 “원외는 물론 당 밖의 새로운 인물에도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 홍보본부장에 송상헌 제일기획 팀장을 영입한 것처럼, 최고위원을 현역의원이나 당내 인사가 아닌 외부에서 수혈해 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30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토론회를 한차례 진행한다. 다음달 9일 전국위원 온라인 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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