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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 3년간 중·러 국경에 489㎞ 철조망 장벽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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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중 접경인 압록강 하류 일대의 위성사진이다. 지난 2019년 12월 4일(아래) 사진과 달리 2023년 5월 9일(위)에는 외벽과 내벽 이중 울타리와 새로 보강한 경비초소가 보인다. 로이터 캡쳐

북·중 접경인 압록강 하류 일대의 위성사진이다. 지난 2019년 12월 4일(아래) 사진과 달리 2023년 5월 9일(위)에는 외벽과 내벽 이중 울타리와 새로 보강한 경비초소가 보인다. 로이터 캡쳐

북한이 코로나19 유입 방지를 이유로 지난 3년간 중국 및 러시아 국경에 대규모 철조망 장벽과 초소를 세우고,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과 밀무역은 물론 탈북자 발생을 막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와 협력해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부터 2023년 초까지 북한과 중·러 국경의 상업 위성 사진을 비교 분석해 전하면서 지난 2019년 1047명이었던 탈북자 숫자가 2022년 67명으로 15분의 1로 급감하는 데 국경에 설치한 장벽 효과가 컸다고 보도했다.

분석하지 못한 푸른색 지역을 제외하고 주황색으로 표시된 최소 489㎞에 철조망과 이중울타리 등 감시 장비가 추가 설치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출처=로이터통신

분석하지 못한 푸른색 지역을 제외하고 주황색으로 표시된 최소 489㎞에 철조망과 이중울타리 등 감시 장비가 추가 설치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출처=로이터통신

이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 기간 국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적어도 489㎞ 국경에서 철조망, 콘크리트 장벽, 이중 펜스, 추가 초소, 전자 울타리, 폐쇄회로 카메라 등 보안 장비가 포착됐다. 특히 대부분의 보안 설비가 인구가 밀집한 지역과 천연 장애물이 없는 평평한 농지에 설치됐다. 로이터는 위성 이미지 상태나 지리적 제약 등으로 북·중, 북·러 국경선 전체(약 1418㎞)를 촬영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최근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은 국경 곳곳에 폐쇄회로 카메라와 다중 울타리를 추가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북한 당국과 관영 매체는 국경의 경비 강화 실태를 보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8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상방역총회회의에서 “국경과 전연, 해안과해상, 공중에 대한 다중적인 봉쇄장벽들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대유행병의 변동특성에 따라 보강할 것은 보강하고 새로 차단할 것은 차단하면서 봉쇄의 완벽성을 기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북한은 또한 지난 2020년 국경 수비부대에 탈북을 시도하는 자를 총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탈북자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북한 주민이 물자 조달을 위해 사용하던 북·중 밀무역 루트가 대부분 차단됐다.

북·중 국경을 가르는 압록강 남쪽 신의주에 김일성, 김정은의 대형 초상화 앞으로 높이 솟은 철조망이 보인다. 지난 2021년 4월 21일 촬영한 사진이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신의주 인근 북한 주민들이 강변의 철조망 옆으로 지나고 있다. 로이터

북·중 국경을 가르는 압록강 남쪽 신의주에 김일성, 김정은의 대형 초상화 앞으로 높이 솟은 철조망이 보인다. 지난 2021년 4월 21일 촬영한 사진이다.(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신의주 인근 북한 주민들이 강변의 철조망 옆으로 지나고 있다. 로이터

북한 주민의 탈북을 도와온 김모 목사는 로이터에 “정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전통적인 북·중 루트는 이제 사실상 끝났다”고 토로했다.

국경 경비 강화는 북한 내 암시장의 몰락을 불렀다. 북·중 변경에서 생활하는 탈북자에 따르면 밀수업자는 북한에서 나올 수는 있더라도 부쩍 강화된 보안 장비로 인해 북한으로 돌아갈 루트가 모두 막힌 상태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80%의 북한 주민이 암시장인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국경 폐쇄로 장마당이 대폭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북한 내 식량 부족이 악화한 일부 원인 역시 국경 폐쇄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두만강 연안의 회령시 주변 국경 7.4㎞ 구간의 경우 2019년에 이미 상당한 길이의 철조망과 망루 5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북한은 지난해 4월까지 이 구간을 따라 169개의 초소와 9㎞ 이상의 울타리를 새로 만들거나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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