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답답해서 열었다"는 30대, 비상구 노렸다? 아시아나의 해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씨(검은색 상의)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되는 장면.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한 30대 A씨가 착륙 직전 출입문을 개방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사진은 A씨(검은색 상의)가 대구 동촌지구대에서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되는 장면. 연합뉴스

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약 213m 상공에서 항공기 문을 연 30대가 제주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비상구 좌석을 안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상구 좌석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설명했고, 동의받아”

28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비상구 좌석에 앉은 채로 착륙 직전 레버를 당겨 비상문을 연 혐의로 체포된 이모(33)씨가 당초 본인이 원해서 비상구 좌석을 얻은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원래 비상구 좌석은 일반석보다 다리 간격이 16㎝ 이상 넓어 상황에 따라 추가금을 더 주고 구매하기도 하는데 당시 항공기는 거의 만석이었고, 비상구 좌석만 마침 비어 있어서 무상으로 일반석 탑승권을 구매한 이씨에게 해당 좌석을 제공했다”며 “당시 학생이 많이 타 공교롭게도 이씨에게 배정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나 측은 이씨에게 비상구 좌석을 제공하면서 제한 사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당일 제주공항에 도착해 체크인하던 이씨에게 아시아나 관계자가 “비상구 좌석을 사용하겠느냐”고 묻는 동시에 비상구 좌석 제한 규정을 설명했고, 이씨가 이에 동의해 비상구 좌석 탑승이 이뤄졌다는 게 아시아나 측의 설명이다.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배정 제한 규정’에 따르면 체력 또는 양팔이나 두손·양다리 민첩성이 비상문을 여는 등 비상시 탈출을 수행하기에 충분치 않은 승객, 만 15세 미만이거나 비상탈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승객, 비상시 승객을 도와 탈출할 의사가 없는 승객 등이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는데 제한을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구 좌석 제한 규정. 아시아나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기 비상구 좌석의 제한 규정은 동일하다. [사진 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의 비상구 좌석 제한 규정. 아시아나에 따르면 전 세계 항공기 비상구 좌석의 제한 규정은 동일하다. [사진 아시아나]

아시아나 관계자는 “탑승 후에도 승무원이 비상시 탈출을 도와야 한다는 등 안내사항을 전하며 동의를 구하기 때문에 (이씨는) 총 두 번 안내를 받고 동의도 했다”며 “비상구 좌석 제한 규정은 전 세계 항공기가 동일하며 탑승객 정신 병력 여부 등은 알 수가 없고 정신 상태도 현장에서 바로 파악하기엔 어려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분간 이씨가 앉은 문제의 비상구 좌석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승객 정신 상태나 정신병력 등을 알 수 없는 채 승객 동의만으로 비상구 좌석에 앉을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나면서다. 이씨가 탄 에어버스 A321-200 31A 좌석은 앉은 상태에서 비상구 문이 손에 닿는 수준으로 가까워,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비상구 문을 열 수 있다고 항공사 측은 전했다.

항공기 출입문 개방…이전에도

승객이 항공기 출입문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9월 인천공항을 떠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던 아시아나 여객기는 한 승객이 출입문을 열려고 하는 바람에 회항했다. 당시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에러’ 메시지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돌아갔다. 2017년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항공기 출입문이 열려 2시간 넘도록 이륙이 지연된 사고도 있었다. 당시 승객이 출입문 레버를 화장실 문손잡이로 착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사건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사고 당일 대구공항 찾아 사고 항공기를 점검했다. 아울러 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안전회의에서 철저한 원인 조사와 비상문 관리 강화 등 항공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이씨 “답답해서 문 열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 출입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 출입구 비상개폐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28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오후 대구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 안으로 향하며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항공보안법 23조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탈출구·기기를 조작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이씨는 지난 26일 낮 12시 35분쯤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OZ8124편 항공기에서 착륙 직전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있는 상태에서 비상구 레버를 당겨 출입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승무원들은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착륙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이 사고로 9명이 과호흡 등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앞서 경찰에 “최근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정신 병력 여부는 확인된 게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