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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성공에도 관련주 떨어졌다, 한국판 스페이스X 투자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5일 성공적으로 발사되자 투자자의 이목이 우주 산업으로 쏠리고 있다. 막연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우주 산업의 성과가 눈 앞에 펼쳐지면서다.

우주 산업에 투자하는 방법은 국내 우주 산업 주도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법, 미국 등 해외 기업과 ETF에 투자하는 것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우주 산업 투자에 대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메가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 다른 산업의 초기 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옥석 가리기와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뉴스1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뉴스1

①한국판 '스페이스X' 나올까…“수혜주를 찾아라”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과 관련해 투자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향후 우주 발사체 기술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양된다는 점이다. 이번 3차 발사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항공우주(KAI·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 출자기관이 최대주주)가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체계 총조립 임무를 맡으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 2025~27년 이어질 4~6차 발사는 민간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우연의 기술을 전수받아 주도하게 된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을 이전받으며 민간 우주 시대를 열었듯, 한국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된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민간 기업 300여곳이 참여한 만큼 투자자는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향후 발사 임무를 주도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발사대 시스템 전반을 총괄한 HD현대중공업과 누리호 추진기관 시스템 시험 설비를 구축한 현대로템 등이 대표적인 국내 증시 상장사다.

이 밖에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우주·위성 기업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인텔리안테크, 쎄트렉아이, AP위성, 켄코아에어로스페스 등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누리호 발사 성공이 이들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관련 기업 상당수는 아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우주 사업 관련 실적의 비중이 크지 않다. 또 중소업체의 경우 해외 주요 업체와의 협업 등 이벤트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누리호 관련 주들은 발사 성공에도 약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보다 1.39% 떨어진 10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KAI(-3.03%), 현대로템(-0.95%), HD현대중공업(-0.67%)도 떨어졌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주 기술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지만, 당장 관련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지면서 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아니라 단기 주가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방산 사업 등 관련주의 현재 주력 사업의 전망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하나만 콕 짚기 어렵다면 펀드나 ETF로

국내 공모 펀드나 ETF를 통해서도 우주 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우주항공&UAM iSelect ETF’다. 이 상품은 국내 주요 우주 개발과 도심항공교통(UAM) 관련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ETF다. 한화와 현대위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한화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63%로 시장 대비 양호한 편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에 출시한 ‘NH아문디 글로벌 우주항공 펀드’는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록히드마틴과 노스롭그루먼 등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외 우주·항공 산업에 주로 투자한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5.41%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최근 전 세계 우주 산업 주도 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글로벌 우주 경제 펀드’를 출시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국내 우주 산업의 주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전기차나 2차 전지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정책 수혜와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국내 기업에 장기 분산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주 산업 관련 국내 공모 펀드·ETF의 수는 아직 5개뿐이어서 선택의 폭이 좁다.

③미국 ETF에 투자한다면…전통이냐, 혁신이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산업 관련 ETF는 국내보다 테마가 더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미국의 ETF는 크게 전통적인 우주·항공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와 위성 통신, 위성 이미지 서비스 등 혁신 우주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는 ‘아이셰어즈 US 항공우주 및 방위 ETF(ITA)’와 ‘SPD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항공우주 및 방위 ETF(XAR)’가 꼽힌다.

ITA는 레이시온테크놀로지와 보잉, 록히드마틴 등의 투자 비중이 가장 크다. 세 기업 모두 항공 기업이지만, 과거부터 NASA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우주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XTR 역시 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대표 기업인 우드워드와 트랜스다임 그룹, 하우멧 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비중이 가장 크다.

혁신 우주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프로큐어 우주 ETF(UFO)’가 대표적이다. UFO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아샛과 소규모 로켓 발사로 유명한 로켓랩 등을 담고 있다.

김현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책임은 “우주 산업 내에는 보잉과 록히드마틴처럼 전통적인 우주·항공 기업들 외에도 최근엔 혁신적인 우주 사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위성 인터넷이나 위성 이미지를 서비스하거나 소형 로켓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업, 우주 산업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 등으로 투자 시야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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