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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복통·설사에 살까지 빠진다면…단순 배탈이 아닐 수 있다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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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크론병 A to Z 

크론병은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선 질환 중 하나다. 병명을 들어본 이들마저도 오해와 편견이 적지 않다. 유전병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오인한다. 그러나 크론병은 단순 유전병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제때 발견해 치료받으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기도 하다. 편견 때문에 더 괴로운 크론병, 증상과 치료법 등에 대해 살펴봤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 원인 복합적
초기 발견 치료 땐 일상생활 가능
설사·복통 일으키는 음식 피해야

병을 처음 학술지에 소개한 학자의 이름을 따 명명된 크론병은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유전적, 면역학적,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정성애 교수는 “유전적인 결함이나 변이로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병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 당뇨나 고혈압 발병에 있어 가족력이 중요한 것처럼 크론병도 일부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것뿐 다음 세대로 반드시 유전되는 질환은 아니다”고 했다.

환자 10년 새 2배, 15~35세 가장 많아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1년 1만3200여 명에서 2021년 약 2만8700명으로 10년 새 2배 넘게 늘었다. 서구화된 식습관, 항생제 남용,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진단 기술의 발달 등이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크론병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15~35세에 진단되는 경우가 특히 많다.

크론병에 걸리면 설사와 복통에 시달린다. 만약 4주 넘게 이런 증상이 이어지면 크론병을 의심할 만하다. 복통의 경우 병이 생긴 자리마다 통증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크론병이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회맹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우측 아랫배 통증을 느끼곤 한다. 소장에 병이 발생하면 배꼽 아랫부분에, 항문 주변에 병변이 생기면 해당 부위에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복통과 설사 탓에 일부는 발병 초기 크론병이 아닌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장염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과민성 장증후군과 가장 구별되는 크론병의 증상은 바로 체중 감소”라면서 “과민성 장증후군일 때 설사를 해도 살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크론병 환자는 영양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염증으로 인해 체중 감소까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전신 쇠약감, 구역질, 발열감, 구토, 식욕부진 등도 크론병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증상이다. 만약 크론병이 의심되면 병원에 내원해 혈액과 대변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영상검사, 조직검사 등을 토대로 크론병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완치 불가 … 관해기 도달 목표로 치료

크론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증상이 없는 관해기에 도달해 이를 잘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평생 지속해서 관리를 이어나가는 게 원칙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에 따르면 크론병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억제제·항염증제 등의 약물이 활용된다. 환자의 중증도와 크론병의 발병 부위, 합병증 동반 여부 등을 토대로 이에 맞는 약제를 선택해 쓰게 된다. 수술은 장협착(십이지장·소장·대장 중 한 군데 혹은 여러 군데가 좁아진 현상)이나 위장관 일부 벽에 구멍이 생기는 장천공 등의 합병증이 생길 때 이뤄진다. 약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염증이 지속한 경우라면 그 염증이 세포를 변화시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담당 의사가 이를 염두에 두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정 교수는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염증이 이어지면 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겠지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반인과 암 발병 위험도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또 “병원에서 의사들의 점검을 수시로 받기 때문에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식생활에서 크론병 환자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없을까. 염증이 악화하는 활동기에는 증상이 심해 식사가 어렵고 장의 흡수 능력 또한 저하될 수 있어 부드럽고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을 권한다. 예컨대 죽을 먹으면서 살코기나 연두부, 달걀을 추가하면 단백질과 무기질 등 영양 밀도를 높일 수 있다. 관해기에 도달했을 때는 음식에 큰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대한장연구학회는 개인에 따라 섭취 후 설사나 복통 등을 자주 일으키는 음식은 피할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장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는 기름진 음식, 인공 감미료, 탄산음료 등을 꼽을 수 있다. 음주와 폭식도 피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최근 약들이 많이 개발돼 크론병에 걸리더라도 이전보다 삶의 질을 좋게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며 “성인 당뇨나 고혈압을 앓는 사람들이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일상생활을 하듯 크론병 환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치료에 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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