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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기 청문회에 손사래…"개각 없다" 선긋는 용산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에선 개각과 관련해 반복되는 특유의 패턴이 하나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과거 정부의 개각 시기에 맞춰 개각설을 제기하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반박하는 수순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이태원 참사 수습과 맞물려 개각설이 제기되자 국무회의(1월 3일)에서 장관들에게 “괜한 소문(개각설)에 흔들리지 말라. 그런 일은 없으니까 새해 업무 준비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아 또 한 번 개각설이 거론됐을 때도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5월 15일)에서 “장관은 한번 일을 시켰으면 2년은 지켜봐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로 통상의 정치인과는 다른 윤 대통령의 배경과 성정을 든다. 개각을 통해 정치 난관을 돌파하려 했던 정치인 출신 대통령과 달리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인위적 인사 교체를 극도로 지양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직 경험이 있다 보니 윤 대통령은 업무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원래 떠밀려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당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각에선 개각을 하려 해도 대안을 찾기 어려워, 개각이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개각을 마음 먹어도 장관 대안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설령 내부 검증을 통과해도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에 후보자 대부분이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여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건복지부는 김승희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으로 후보자에서 사퇴한 뒤, 교육부는 박순애 전 장관이 ‘5세 입학 논란’으로 물러난 뒤 각각 두 달 이상의 장관 공백기를 보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그 기간에 수십 명의 후보들이 내부 검증에서 탈락했고, 검증의 문턱을 넘은 일부 예비 후보들도 인사청문회 문제로 장관 자리를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복지부 장관엔 기재부 관료 출신인 조규흥 장관이,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MB) 정부에서 한차례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이주호 장관이 맡게 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돌고 돌아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선택지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경질된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의 모습.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0일 경질된 박일준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의 모습.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집권 2년차를 맞아 윤 대통령이 차관 인사를 통해서라도 국정에 쇄신을 꾀할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탈원전 정상화 지연 등의 이유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그 뒤 후속 차관 인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차관도 정권에 따라 물갈이가 심하다 보니, 막상 제대로 일 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에이스 관료’들이 적폐로 몰리며 5년 이상 주요 업무를 맡지 못하거나 부처를 떠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정부 1기 차관 중엔 퇴직한 OB(올드보이) 관료들이 복귀한 경우도 상당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래도 차관의 경우 어느 정도 교체 리스트업은 마무리돼가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젠 외교의 시간이 끝나고 4대 개혁의 시간이 오고 있고, 개혁의 핵심은 누굴 쓰는지에 달려있다”며 “윤석열 정부에 베스트 라인업이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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