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폭스바겐이 고객사… ‘스마트카’ 필수 기술 만드는 中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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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지리자동차(Geely Auto), 상하이자동차(SAIC), 바이톤(Byton,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이들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중국 스마트 커넥티드카 업체 파테오(PATEO·博泰車聯網)의 고객사(司)라는 점이다.

파테오(PATEO)는 2009년 설립된 중국 스마트 커넥티드카 서비스 업체다. 운영체제, 스마트 음성 시스템, 스마트 맵, 클라우드 플랫폼 등 최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및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를 기반으로 운전석·자율주행·완성차 영역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개발·운영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파테오는 이같은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에 스마트카 정보 시스템 서비스 연구 개발, 제조, 사후 서비스까지 일체화된 서비스를 판매한다.

파테오(PATEO)는 중국 스마트 커넥티드카 서비스 업체로 운영체제, 스마트 음성 시스템, 스마트 맵, 클라우드 플랫폼 등 최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파테오 공식홈페이지

앞서 언급한 자동차 제조업체 외에도 포르쉐, 벤틀리, 창안자동차(長安汽車) 등 30개 자동차 브랜드의 100개에 이르는 모델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20년 4월 샤오미가 자동차 제조 시장 진출을 공표한 후 파테오와 파트너십을 계약해 업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기도 했다. 파테오는 중국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에서 920위에 올랐다. 후룬연구소는 파테오의 기업 가치를 80억 위안(약 1조 5300억 원)으로 평가했다.

🚘 커넥티드카 업계의 ‘퍼스트 무버’

파테오는 창립 이래 14년 간 20억 위안(약 384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연구 개발에 투입했다.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 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 전폭적인 투자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권 신청 수는 이미 6232건을 넘었다(2023년 4월 기준). 그중 발명 특허가 총 4604건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직원들은 자동차, 인터넷, 음성, 지도 제작, 통신 운영, IT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파테오의 빠른 발전을 극찬하며 ‘중국 자동차 업계 스마트 커넥티드화에 앞장선 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보다 인터넷을 잘 알고, 때론 인터넷보다 자동차를 잘 안다” 파테오의 설립자 겸 회장인 잉이룬(應宜倫)이 말하는 회사 슬로건이다. 자동차와 인터넷,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만족시키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문장이다. 잉 회장이 이 같은 정의를 앞세워 파테오를 홍보하는 이유는 바로 ‘기술력’ 덕분이다.

파테오의 커넥티드카 클라우드 플랫폼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술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 차량에 지능형 연결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진 파테오 공식홈페이지

🚘 파테오의 5대 핵심기술

다년간의 기술 축적과 관련 제품 서비스를 두루 제공하면서 파테오는 운영체제, 스마트 음성 서비스, 하드웨어, 고정밀 지도, 클라우드 플랫폼 등 5가지 핵심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① 운영체제

파테오의 차량용 인터넷 운영체제는 5가지 버전을 거쳐 인터페이스 계층에서 시스템 하위 계층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엔드 투 엔드 솔루션(End-to-End Solution)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주기와 개발 비용을 크게 줄임과 동시에 고객에 편리한 개발 방식을 제공, 다양한 맞춤형 솔루션 구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② 지능형 음성 시스템

파테오의 AI 음성 개발 플랫폼은 스마트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인 음성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음성 인식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쌓은 AI 학습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 가능하며, 생활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음성을 캐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낮은 데시벨의 음성도 정확한 문장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긴 문장도 매끄러운 대화체로 인식하는 등 업계 최고의 음성 인식 능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및 온라인 음성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고 있다. 효율적인 음성 인식, 다차원적인 어의 처리, 개인화된 음성신호를 통해 복잡한 자연 언어 대화를 가능케 한다.

③ 하드웨어

파테오의 스마트 콕핏(운전자가 순조로운 운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통합돼 보여지는 공간)의 하드웨어 플랫폼은 중국 국내 주류 플랫폼과 국제 개발 보드 및 키트 플랫폼, 그리고 퀄컴(Qualcomm)의 8155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동일한 ECU(전자 제어 유닛)에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및 스마트 미터 기능을 통합해 효율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다.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란투(嵐圖)의 스마트 콕핏 서비스의 HM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파테오가 디자인했다. 사진 파테오 공식홈페이지

④ 고정밀 지도

파테오 차량용 인터넷의 고정밀 지도 플랫폼은 업계 톱인 가오더(高德), 바이두(百度)의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고정밀 핵심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 지도까지 더해 더욱 완성도 높은 지도 시스템을 사용자에 제공한다.기본 엔진 알고리즘부터 상위 수준의 인터랙티브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지도 모빌리티 플랫폼까지 두루 아우르는 개발 능력을 갖췄다.

⑤ 클라우드 플랫폼

파테오의 커넥티드카 클라우드 플랫폼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술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 차량에 지능형 연결 서비스를 지원한다. PaaS(서비스형 플랫폼)* 차원에서 리소스 스케줄링, 서비스 거버넌스 등을 포함한 플랫폼 서비스를 커넥티드카 사업에 제공한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커넥티드카 사업 위주의 심층적인 맞춤형 서비스와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aaS: 인터넷으로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설계·개발·배포 등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SaaS: 소프트웨어의 여러 기능 중에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

🚘 파테오의 궁극적인 경쟁력은 바로 ‘이것’

파테오는 다양한 업체와 손잡고 연구 개발한 기능을 고객사에 제공, 고객사의 차량을 구매한 일반 사용자들이 별도의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번거로움 없이 편리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생활 전반에서 ‘디지털화’ ‘스마트화’를 외치는 일반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단말기부터 클라우드까지 통합된 스마트 콕핏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또 중국 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니프로그램도 도입해 스마트카, 엔터테인먼트, 라이프 스타일을 모두 담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SO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행 아키텍처는 저속 CAN/LIN 통신 버스를 사용해서 갈수록 더 많은 숫자의 엔진 제어 유닛(ECU)을 연결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아키텍처는 여러 측면에서 한계점을 갖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유지관리, 검증이 복잡하다.각 ECU에 각기 다른 업체들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데, 자동차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내의 시스템 전반에 걸쳐서 소프트웨어들이 매끄럽게 실행되어야 한다. 기존의 시스템에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며,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가 만들어졌다. 기능 통합을 위해 한 대의 자동차로 1~3개의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으로 구성된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것이다.

SDV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바로 SOA다. SOA 시스템은 느슨하게 결합된 서비스들로 이루어지며, 상호 운용 가능한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개별 기능들로 통신한다. SOA의 장점은 ▲하드웨어 독립성 ▲테스트 간소화 ▲빠른 구현 ▲분야 간 협력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다. 특히, 서비스를 ‘추상적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블랙박스’로써 제공하므로, 각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동일 기술이나 동일 업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파테오의 디지털 전환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차량용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나아가 자동차 업계 전체에 디지털 전환을 추진, 디지털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렇듯 승풍파랑(乘風破浪)의 기세로 기존 영역이 아닌 새로운 업계까지 개척해나가는 파테오, 10년 뒤 성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 파테오, 자동차 덕후 마케터가 만들었다

파테오의 설립자 겸 회장인 잉이룬. 사진 파테오 공식홈페이지 캡처

파테오가 원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 지원하는 게 바로 파테오의 설립자 겸 회장인 잉이룬이다.1970년대에 태어난 잉이룬은 2001년 안루이쒀쓰(중국)유한공사(安瑞索思(中國)有限公司, 이하 안루이쒀쓰)를 설립한 이후,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5년부터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학교를 포함해 여러 대학의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멀티미디어 산업 협회의 부회장이기도 하다.안루이쒸쓰 창업 후, 잉이룬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인터랙티브 통합 마케팅’이란 개념을 선보이며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했다.

2006~2009년까지 잉이룬이 이끄는 안루이쒀쓰가 유치한 고객사는 SAIC-폭스바겐, 이치-폭스바겐-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업계 60% 이상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넘게 '마케터'로 활동했던 잉이룬은 2009년 스마트카 정보 시스템 개발과 관련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파테오를 창업했다.

잉이룬에 대해 말할 때, 그가 웨이보에 올린 자기소개란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자동차 제품과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 그는 특히 자동차의 ‘스마트화(지능화)’에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그는 자동차를 가리켜 ‘가장 크고 가장 정밀한 이동식 단말기’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향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자동차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잉이룬은 이러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자체 기술력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업 초창기 지능형 차량용 제품 개발을 이끌 때, "서양의 100년 발전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국 시장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의 발전은 앞으로 중국인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념을 토대로 소비자에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카 라이프’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 덕분에 잉이룬이 이끄는 파테오는 사용자 친화적인 응용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일 수 있었다. 인카넷(inkaNet), 아이보카(iVoka), 아이보카 미니 X(iVokaMINI X), 아이보카 L(iVoka L) 등 파테오의 대표적인 제품은 원터치콜, 긴급구호, 위치 기반 서비스인 주변 라이프, 커뮤니티 친구 맺기 등 서비스를 통해 차량 이용을 한층 편리하게 했다. 잉이룬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파테오는 현재 국가 하이테크 기술 기업이자 국가 지식재산국 소프트웨어 인정 기업, 863 프로젝트 포함 기업, 중점 특허 전략 프로젝트 시범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