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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文은 '김상곤 혁신위'로 돌파…"결국 이재명이 풀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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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당 쇄신 차원에서 결의한 혁신기구 출범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방향, 혁신기구의 권한과 위상, 인물 등을 놓고 당내 이견이 분출 중이다. 친이재명계에선 혁신의 핵심으로 ‘대의원제 축소·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혀 파열음만 커졌다. 비이재명계에선 ‘김남국 코인 사태’를 기점으로 이재명 대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하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당내 위기가 증폭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를 구성해 위기를 돌파한 것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5일 국회 의원총회에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현동 기자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치른 4·29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지역구 4곳 모두 패했다. 보수 우세 지역이던 인천 서구·강화 을은 물론, 전통적인 야당 우세 지역인 서울 관악 을, 경기 성남 중원에서 모두 새누리당에 졌다. 광주 서구 을에서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22.6%P 차로 참패했다.

그러자 비(非)문재인계는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대표직 퇴진을 요구했다. 그때 문 전 대통령이 꺼내 든 타개책이 혁신위였다. 당초 혁신위원장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론됐으나, 문 전 대통령은 계파색이 엷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조 교수를 혁신위원으로 임명했다. 비문재인계 반발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때도 새정치민주연합엔 4선 중진 원혜영 의원이 이끄는 정치혁신실천위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원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가 닻을 올리자마자 “새로 발족한 (혁신위가) 상위 개념”이라며 “혁신위에서 새로운 것이 출발하면 거기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며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탄력을 받은 김상곤 위원장은 보름 만에 혁신위(외부 인사 5명·내부 인사 5명) 진용을 완성하고 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임하겠다”며 김상곤 혁신위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혁신위는 146일간 총 11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배제를 골자로 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설치와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한 사무총장제 폐지 등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김상곤 혁신위 해체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챙기며 승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가 2015년 5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가 2015년 5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중앙포토

현재의 민주당은 8년 전과 달리 당내 갈등 속 도덕성 위기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당내에선 “김상곤 혁신위 출범 직전보다 상황이 나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24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외부인으로만 하는 게 바람직한지, 내부인으로 하면 누가 할 건지 등 신중하게 많은 분의 의견을 모아 형식을 고민하겠다”며 혁신기구 구성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혁신위의 위상을 놓고선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윤건영 의원)는 의견과 “무조건 내려놓으라는 건 불순한 의도”(친명계 의원)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장경태 최고위원이 이끌던 기존 정치혁신위원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혁신 기구가 출범하면 ‘장경태 혁신위’는 문을 닫는 것”(비명계 의원)이란 예상과 “기존 혁신위 결과물이 이후 논의의 토대가 돼야 한다”(친명계 의원)는 입장이 엇갈린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이 감동할 만한 좋은 분을 모셔오려면 그만큼 지도부가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 수 없다”며 “결국 이 딜레마는 이 대표만이 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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