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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시간 빨라졌다…명품시계박람회 티켓 25%가 25세 미만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입력

2023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시계박람회 전경.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2023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시계박람회 전경.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올봄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시계 박람회에는 48개의 시계 브랜드가 참가했다. 전체 시계 시장을 생각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오프라인 형태 박람회 대신 디지털 방식으로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특정 날짜를 정하고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열어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한다. 일정 기간 생겼다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를 통해 신제품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브랜드도 많다. 공개하는 제품 가짓수도 대중없다. 올해 출시할 신제품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두세달 간격을 두고 조금씩 나눠 소개하는 곳도 있다. 어떤 형태로 공개할지, 얼마나 많은 신제품을 발표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워치스앤원더스에 참여한 48개 시계 브랜드의 최고경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워치스앤원더스에 참여한 48개 시계 브랜드의 최고경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고급 시계 산업은 계속 성장
스위스 시계 산업 연맹(Federation of the Swiss Watch Industry)은 2023년 스위스산 시계 수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들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스위스산 시계 수출은 성장세다. 1분기 전체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었다. 3월엔 전달보다 13.8%가 증가했다. 이 수치라면 스위스 시계 업계는 연맹의 전망대로 올해도 호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총 수출액은 약 248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36조4406억원)으로, 2021년 대비 11.4% 성장했다.

시계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럭셔리 제품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홍콩을 포함해 중국 시장도 회복세에 들어섰고, 고급 시계를 사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성장 요인이다. 워치스앤원더스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입장권의 25%를 25세 미만의 관람객이 샀다. 전체 관람객의 평균 연령은 35세. 시계가 젊은 세대에게 큰 관심거리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론진은 5월 서울에서 행사를 통해 2023년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 론진 코리아]

론진은 5월 서울에서 행사를 통해 2023년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 론진 코리아]

그래서일까. 올해 신제품은 젊은 고객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시계들이 많다. 다이얼 컬러는 팬톤 컬러 칩이 떠오를 정도로 다채롭다. 골드,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벗어난 소재의 다양화도 올해 시계 업계의 트렌드다. 패션과 마찬가지로 시계에도 젠더리스 바람이 불고 있다. 남녀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시계가 많아졌다. 이런 경향은 결국 케이스 크기의 소형화로 이어진다. 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만든 시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소재에 대중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시계를 만들기도 한다. 시계 업계 전반의 흐름을 읽어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함이 2023년의 추세라면 추세다.

다채로운 컬러 플레이에 주목하라
시계를 '장인정신' '전통' '혁신' 같은 고루한 단어로만 소개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선보이는 시계 컬러를 보면 시계 업계 역시 트렌드에 얼마나 민감한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모든 브랜드가 만들던 블루에 이어 녹색 다이얼이 대세로 떠올랐다. 쇼파드 L.U.C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 IWC 파일럿 워치, 까르띠에 산토스 드 까르띠에, 오데마 피게 코드 11.59 등 대표적인 남성 컬렉션에 그린 컬러가 등장했다. 제작이 어려운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에도 그린 다이얼을 접목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몽블랑 언베일드 타임키퍼 미네르바, 피아제 폴로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이 대표적이다. 채도와 명도에는 차이가 있다. 카키·올리브·레이싱그린 등 부르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싱그러운 분위기의 녹색이다.

2023년 많은 시계 브랜드가 녹색 다이얼을 출시했다. 오데마피게의 코드 11.59(왼쪽), 까르띠에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가운데), 쇼파드의 L.U.C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2023년 많은 시계 브랜드가 녹색 다이얼을 출시했다. 오데마피게의 코드 11.59(왼쪽), 까르띠에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가운데), 쇼파드의 L.U.C 1963 헤리티지 크로노그래프(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4~5가지 컬러 다이얼 버전을 동시에 만들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것도 올해 시계 시장의 특징이다. 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쉐이드, 컬렉션 출시 60주년을 맞아 태그호이어가 선보인 까레라 데이트 36㎜, 손목에 두 번 감는 스트랩이 특징인 쇼파드 해피 스포츠를 대표 컬렉션으로 꼽을 수 있다.

오메가는 다채로운 다이얼 컬러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쉐이드를 선보였다. [사진 오메가]

오메가는 다채로운 다이얼 컬러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쉐이드를 선보였다. [사진 오메가]


골드 아니면 스틸? 다양해진 케이스 소재
귀금속인 금과 실용적인 스테인리스 스틸은 시계 케이스 제작에 빠질 수 없는 소재다. 지금도 여전히 케이스 소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사용 물량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런데도 변화가 있다. 스위스 시계 산업 연맹의 지난 3월 소재별 시계 제작 현황을 살피면, 골드와 스틸 소재의 사용 증가 폭은 10% 내외다. 티타늄·청동과 같이 골드·스틸을 제외한 금속 사용 증가율은 43.2%, 세라믹·사파이어 크리스털과 같은 비금속 소재 사용 증가율은 44.5%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티타늄 소재 사용이 도드라진다. 사실 티타늄은 시계 분야에서 특별하거나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사용량이 늘었다. 티타늄은 스틸보다 스크래치가 덜 나고, 피부에 자극이 적다. 무엇보다 가볍다. 오메가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월드타이머,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컬렉션(IW328904),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젠 8000이 티타늄을 사용한 대표 모델이다.

고급 스포츠 시계의 인기에 힘입어 티타늄 소재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몽블랑의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젠 8000 42mm 모델(왼쪽)과 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월드타이머(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고급 스포츠 시계의 인기에 힘입어 티타늄 소재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몽블랑의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젠 8000 42mm 모델(왼쪽)과 오메가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월드타이머(오른쪽). [사진 각 브랜드]

위블로는 케이스부터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카본으로 완성한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을 내놨다. 에르메스는 H08 크로노그래프에 그래핀 분말을 추가한 탄소 섬유 복합 소재로 신소재에 대한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남녀 모두 만족시키는 케이스 크기
성의 구분을 짓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가 시계에도 찾아왔다. 다채로운 컬러 사용과 함께 남녀 모두가 찰 수 있는 크기로 등장해 트렌드에 힘을 더한 것. 올해 많은 브랜드가 기존 인기 손목시계 모델을 축소한 버전, 작은 사이즈로 만든 새 제품 라인을 공개했다. 전통적으로 큰 시계를 출시하는 브랜드조차 40㎜ 이하의 새로운 시계를 선보였다.

지름 39mm 크기로 선보이는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사진 태그호이어]

지름 39mm 크기로 선보이는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사진 태그호이어]

천재 디자이너로 불리는 제럴드 젠타가 디자인한 IWC 인제니어의 지름은 40㎜다.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 박스는 39㎜다. 튜더는 1954년에 탄생한 오리지널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케이스 지름 37㎜의 블랙 베이 54 다이버 워치를 공개했다. 지름 36.5㎜의 L.U.C 1860 컬렉션은 1997년 오리지널 모델의 크기와 같다. 피아제도 36㎜의 폴로 데이트 모델을 추가하며 기존 42㎜ 모델과 함께 컬렉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이테크 세라믹의 선구자 라도는 사이즈 38㎜의 트루 스퀘어 스켈레톤 오토매틱 모델로 남녀 모두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위블로는 스피릿 오브 빅뱅의 32㎜ 사이즈 버전을 출시하며 화제에 올랐다. 여성은 물론 손목이 가는 남성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브라이틀링 역시 크로노맷, 슈퍼오션 등의 대표 모델에 지름 40㎜ 이하 라인업을 추가했다.

라도의 트루 스퀘어 스켈레톤 오토매틱. 케이스 사이즈는 38mm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사진 라도]

라도의 트루 스퀘어 스켈레톤 오토매틱. 케이스 사이즈는 38mm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사진 라도]

시계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게 된 건 상대적으로 손목이 가는 아시아 사람들의 요구 조건을 따르기 위해서다. 그리고 남성 시계를 즐기는 여성 고객도 늘었다. 부품을 작게 만들 수 있는 현재의 기술력도 뒷받침됐다. 시계가 작아진다고 해서 그에 탑재하는 기능을 축소하거나 빼는 건 아니다.

지속가능성 위한 시계의 발걸음
탄소발자국 줄이기는 시계 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쇼파드는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재활용 스틸 사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쇼파드가 독자 개발한 재활용 강철 합금 소재인 루센트 스틸™ 사용을 연내 모든 스틸 시계로 확대하며, 루센트 스틸의 원료가 되는 스틸의 80%를 재활용 스틸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파네라이는 e스틸을 지속해서 확대 사용하며 ESG 경영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e스틸은 스위스 워치 산업에서 회수한 스틸(최대 95%)로 만든 차세대 금속이다.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VD 처리를 통해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라디오미르 오또지오르니,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 모델이 e스틸을 사용한 파네라이의 올해 대표 시계다.

재활용 스틸 사용은 지속가능성 관련 중요한 이슈다. 파네라이의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왼쪽), 쇼파드의 L.U.C 1860이 재활용 스틸로 만든 시계다. [사진 각 브랜드]

재활용 스틸 사용은 지속가능성 관련 중요한 이슈다. 파네라이의 라디오미르 캘리포니아(왼쪽), 쇼파드의 L.U.C 1860이 재활용 스틸로 만든 시계다. [사진 각 브랜드]

오리스는 지구 환경 보호의 중요함을 꾸준히 알리는 매뉴팩처 브랜드다. 이들은 해상에 떠도는 페트병을 수거한 후 이를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다이얼에 사용한 아퀴스 데이트 모델을 내놨다. 한정판처럼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이 모델들을 생산할 예정이라 밝혀 뜻깊다.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 & CEO 시릴 비네론(왼쪽)과 케어링의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 & 기구 책임자 마리-클레어 데뷰. 이들은 워치스앤원더스 현장에서 '워치&주얼리 이니셔티브 2030'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 & CEO 시릴 비네론(왼쪽)과 케어링의 지속가능성 최고 책임자 & 기구 책임자 마리-클레어 데뷰. 이들은 워치스앤원더스 현장에서 '워치&주얼리 이니셔티브 2030'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 워치스앤원더스]

까르띠에는 최근 글로벌 럭셔리 그룹 케어링과 함께 ‘워치&주얼리 이니셔티브 2030’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원고갈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에 모두가 뜻을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다. 모그룹인 리치몬트의 위임을 받은 까르띠에는 케어링 및 주얼리 산업 관행 책임 위원회와 협력한다. 지속가능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강령을 확대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몽블랑, 샤넬, 스와로브스키, 구찌 워치, 부쉐론, 포멜라토, 키린 등이 현재 이번 이니셔티브에 합류했다. 합류한 브랜드는 기후·생물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가시적 목표를 세워야 하며, 투명성을 위해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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