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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도 그곳 '떡차' 홀딱…유홍준 꼽은 '남도답사 1번지' 보물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려시대의 화려한 불전(佛殿) 양식과 다산(茶山)이 참여한 백련사 관련 자료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된 배경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 김자룡(41) 강진군 학예연구사가 대웅보전(大雄寶殿)을 가리키며 “빼어난 건축양식을 갖춘 보물급 건축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나흘 앞둔 이 날 백련사에는 신도들과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약용과 인연 깊은 천년사찰

김자룡 전남 강진군 학예연구사가 지난 23일 오후 강진 백련사에서 대웅보전(大雄寶殿)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자룡 전남 강진군 학예연구사가 지난 23일 오후 강진 백련사에서 대웅보전(大雄寶殿)의 역사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 연구사는 백련결사(白蓮結社)가 이뤄졌던 고려 무신집권기부터 1000년 넘도록 백년사의 역사성이 이어져온 점을 보물로 지정(예고)된 배경으로 꼽았다. 또 다산 정약용(1762~1836) 등과의 교류를 통해 편찬된 『만덕사지(萬德寺志)』 가치도 보물 지정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만덕사는 839년 창건 당시 사찰이 들어선 만덕산에서 따온 백련사의 옛 이름이다.

천년고찰인 백련사 대웅보전이 보물로 지정예고되면서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6월 중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열고 보물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백련사는 강진읍에서 5㎞가량 떨어진 만덕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 말 요세의 ‘백련결사처’

문화재청이 지난달 27일 보물로 지정예고한 전남 강진군 백련사 대웅보전.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로 꼽힌다. 프리랜서 장정필

문화재청이 지난달 27일 보물로 지정예고한 전남 강진군 백련사 대웅보전.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로 꼽힌다. 프리랜서 장정필

백련사는 고려 말 원묘국사 요세(了世·1163~1245)가 불교 혁신운동을 한 결사처(結社處)다. 요세는 백련사에서 ‘백련결사’를 주도해 보조국사 지눌(知訥·1158~1210)의 ‘수선결사’와 함께 신앙결사운동의 이론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련사 대웅보전은 화려한 팔작지붕에 정면 3칸과 측면 3칸인 단층 건물이다. 1760년 화재 후 1762년 중수됐으며,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기둥 위쪽의 용머리 조각과 천장 위쪽 용머리 장식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화려한 불전 건축 양식 표현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백련사 대웅보전의 기둥 상부에 설치된 용머리 조각. 사진 강진군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백련사 대웅보전의 기둥 상부에 설치된 용머리 조각. 사진 강진군

대웅보전 안에는 용과 봉황, 사자상 등으로 장식해 엄숙함을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이 건물을 보물로 지정예고하면서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 상부에 올린 공포(栱包)의 형식이나 부재에 무늬를 새겨서 장식한 초각(草刻) 등의 기법이 화려하다”고 설명했다.

백련사는 다산 정약용과도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다산은 유배 당시인 1805년 백련사 아암(兒菴) 혜장선사(1772∼1811)로부터 차(茶)를 배웠다. 그는 다산이라는 자신의 호에 ‘차 다(茶)’를 넣을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다산, “차(茶) 보내달라” 걸명소

다산 정약용은 백련사 승려들과 교류하며 사찰 기록인 ‘만덕사지(萬德寺志)’ 편찬에도 참여했다. 백련사와 850m가량 떨어진 다산초당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다산 정약용은 백련사 승려들과 교류하며 사찰 기록인 ‘만덕사지(萬德寺志)’ 편찬에도 참여했다. 백련사와 850m가량 떨어진 다산초당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苦海津梁  인생의 고해를 건너는 데는
最重檀那之施  ‘보시’가 가장 중요하다 하였으니
聊伸乞茗之情  오로지 차를 청하는 내 마음을 생각해
毋慳波惠  아낌없는 은혜(차)를 베풀어주길 바라오.
- 乞茗疏(걸명소). 1805년

당시 다산은 차가 떨어지면 혜장선사에게 걸명소(乞茗疏)를 보내 차를 청하기도 했다. 걸명소란 차에 대한 간절함과 차에 대한 애정이 담긴 편지형식의 글이다. 당시 혜장은 ‘제다(製茶)의 달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떡 모양의 병차(餠茶)를 잘 만들었다고 한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잇는 ‘우정의 길’ 

다산 정약용은 백련사 승려들과 교류하며 사찰 기록인 ‘만덕사지(萬德寺志)’ 편찬에도 참여했다. 백련사와 850m가량 떨어진 다산초당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다산 정약용은 백련사 승려들과 교류하며 사찰 기록인 ‘만덕사지(萬德寺志)’ 편찬에도 참여했다. 백련사와 850m가량 떨어진 다산초당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1809년엔 초의선사(1786~1866)가 다산초당을 찾아가 다산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차와 주역 등에 관한 지식을 나누며 다도와 학문의 깊이를 다졌다. 유배 시절 다산이 머물던 다산초당과 백련사는 850m가량 떨어져 있다.

당시 다산이 백련사를 오갔던 만덕산 오솔길은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151호)이 유명해 전국에서 탐방객이 찾는다.

손학규 전 대표, 백련사 토담집서 칩거 

전남 강진의 백련사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강진의 백련사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백련사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년 2개월간 칩거한 곳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2014년 7·30 보궐선거 때 낙선한 뒤 백련사 내 토담집에서 지내다 2016년 10월 정계에 복귀했다.

손 전 대표가 머물던 6.6㎡(2평) 남짓한 토담집은 원래 백련사 스님들의 수행처였다고 한다. 당시 손 전 대표는 토담집에서 주로 독서를 하고 다산이 백련사 오갔던 만덕산 산행을 하며 지냈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의 13번째 보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예고한 전남 강진군 백련사 대웅보전.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로 꼽힌다. 프리랜서 장정필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예고한 전남 강진군 백련사 대웅보전. 18세기 불전(佛殿) 건축의 장식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로 꼽힌다. 프리랜서 장정필

강진은 백련사와 다산초당 외에도 굵직한 문화유산이 많다. 고려청자 도요지와 영랑생가·전라병영성 등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강진을 ‘남도답사 1번지’로 꼽기도 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백련사 대웅보전의 보물 지정예고로 강진은 13곳의 보물을 보유하게 됐다”며 “다산의 발 자취가 남아 있는 강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는 데 더욱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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