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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조선까지 세계 1위…2차전지도 한국 추월 [중국 리오프닝에도, 시름 깊은 한국 경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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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09면

SPECIAL REPORT 

자동차, 조선, 철강, 섬유, 가전, 통신기기 등 전통적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강 자리에 올라섰다. 자동차만 해도 중국은 올해 1분기 전통 강자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1분기 자국에서 생산해 외국으로 수출한 자동차는 99만4000대로, 같은 기간 95만4000대를 수출한 기존 세계 1위 일본을 앞질렀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2021년 한국을 제쳤고, 지난해에는 독일까지 앞서며 세계 2위에 오른 바 있다.

중국 자동차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독일·일본의 자동차를 베낀 ‘짝퉁’ 자동차로 불리며 해외에서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과 성능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하면서 중국 자동차 견제에 나서고 있는데도 중국 자동차는 해외에서 잘 팔리는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2018년 100만대로 올라선 뒤 3년 만인 2021년 20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11만대를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기차를 집중 육성해 온 게 15~20년 전”이라며 “중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지금 분발하지 않으면 글로벌 전기차 기술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이 2000년대 초부터 줄곧 시장을 선도해 온 조선산업 역시 최근 중국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2021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고, 지난해에도 크게 밀렸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선 여전히 한국이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그 격차마저 좁혀지고 있다. 한 자릿수였던 중국의 LNG선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까지 올라섰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된 건 중국 내 산업 규모 자체가 워낙 크고 지속적 기술 투자 등으로 산업 생태계가 이미 탄탄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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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한 CATL은 2021년에만 2차전지 관련 23건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관련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필요한 부품이나 기술을 한국·일본·독일에서 수입하는 게 아니라 직접 조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중국의 제조 굴기는 한국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또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만큼 양국 간 산업 구조가 유사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수출 구조 유사 정도를 측정해 경합 관계를 나타내는 대(對)수출 경합도지수(ESI)는 2011년 0.347에서 2021년 말 0.390으로 0.043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 수출 구조가 유사해 해당 시장에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뜻한다. 화학, 일반기계, 자동차, 전기·기계 등이 속한 중고위기술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수출경합도지수는 같은 기간 0.347에서 0.390으로 0.043포인트 상승했다. 항공우주, 의약품, 컴퓨터·사무용기기, 전자통신 등을 아우르는 첨단기술산업도 비슷한 수준이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중 양국의 수출 경쟁이 전 세계, 제3국 시장에서 모두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국이 기술에서 앞선다는 것도 옛말이다. 교역국과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무역특화지수’ 분석에서도 최근 10년 새 중고위·첨단기술산업에서 ‘상대적 경쟁 우위’를 점했던 한국의 지위는 ‘경합’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앞으로는 한·중 경제구조가 비슷해지면서 지금보다 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새로운 한·중 산업협력 구조를 모색하지 않으면 대중 수출 적자를 넘어 제3국 시장, 중간재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밀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등 ‘5대 신성장(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에서는 중국에 이미 크게 밀리고 있다. 2016년 이후 5년간 중국의 5대 신산업 수출점유율은 1.6%포인트 확대된 반면, 한국은 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수출점유율 격차는 2016년 6.4%포인트에서 2021년 8.1%포인트로 확대됐다. CATL의 지난해 세계 판매 실적은 출하량 기준 270GWh(기가와트시)로 시장점유율은 39.1%에 이른다(SNE리서치 조사).

CATL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의 출하량과 점유율은 각각 103GWh, 14.9%. 중국 1위 기업과 한국 1위 기업 간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적으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지만 이 마저도 기술 격차가 2년 안팎으로 좁혀졌다”며 “경기적 요인이 크지만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중국의 제조굴기로 인해 대부분 제조업종에서 한국의 대중수출은 시간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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