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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주로 가는 길에 여·야가 따로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1호 30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연구자들 피와 땀의 결실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 첫 걸음 의미

우주항공청 조속한 출범 위해 정치권이 힘 합쳐야

상용 실용위성을 처음으로 탑재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누리호는 예정된 고도 550㎞의 지구 저궤도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7기를 순조롭게 배출했다. 초기 개발 때 우주발사체의 성공률이 30%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누리호의 3차 발사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2021년 1차 발사 땐 목표 고도인 700㎞까진 올라갔지만,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6월의 2차 발사와 어제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의 발사체 기술은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일한 항공우주연구원 등 여러 관계자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누리호 3차 발사의 가장 큰 의미는 ‘민간 우주시대를 연 첫걸음’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2차 발사로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3차 발사는 2027년까지 네 차례 추가 발사를 통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시작이었다. 반복 발사를 통해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취지다. 실제로 2025년 계획된 4차 발사부터는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 종합을 담당하게 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300여개 기업과 함께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워가야 할 책임이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이번 성공 자체가 한국 발사체 산업의 우수성을 웅변한다고 하기는 사실 힘들다.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누리호는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발사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효율과 관계없이 ‘튼튼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뜻이다. 누리호의 발사 비용은 ㎏당 3만 달러인 데 비해 미국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팰컨9은 ㎏당 2000달러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보자면, 아직까지는 상업위성 발사를 위해 누리호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누리호는 물론 누리호 후속기인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민간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맡겠지만,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 없이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우주는 정치의 영역’이란 말이 있다. 우주 산업 개발에 천문학적 돈이 들기 때문에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류의 첫 달 탐사였던 미국 아폴로 계획은 당시 소련과 우주개발 경쟁에 뒤졌던 미국이 반격 카드로 고안해 낸 것이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귀환시키겠다”고 공언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아폴로 계획은 이후 미국 우주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고, 반세기 뒤 화성 탐사에 도전하는 민간기업까지 만들어냈다.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무줄처럼 당겨졌다 미뤄지기를 반복해왔다. 이 때문에 달탐사선을 실어 보낼 차세대 우주발사체 계획도 차질을 빚어왔다. 우주항공청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뉴질랜드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도 설치된 우주청이 없어 한국 과학자들은 그간 국제회의에서 위축감을 느껴야 했다. 세 번째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대한민국의 ‘우주 숙제’는 분명하다. 민간기업의 역할을 키우는 가운데 장기적·지속적 정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논의되는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출범하도록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 민간기업들이 우주를 향해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여·야가 나뉠 수 없다. 진영을 초월해 한국 우주산업 생태계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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