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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소음 뚫는 이어폰 볼륨, 젊은층 청력 노화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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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호 28면

헬스PICK

IT 산업이 발전할수록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기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감각기관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귀가 대표적이다. 심장·위·장·신장 등 다른 신체기관과 비교하면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와 스마트폰, 휴대용 음향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귀 노화가 빨라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중이염·난청과 같은 귀 질환을 방치하다 청력 저하가 와서 고생하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어릴 적부터 적절한 질병 치료와 세심한 청력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유·소아에서 가장 주의할 건 중이염이다. 세균·바이러스 감염으로 고막 안쪽에 염증이 발생하는 병이다. 소아는 이관의 구조가 성인과 달리 짧고 굵으며 수평으로 돼 있어 중이염이 발생하기 쉽다. 3세 이하 소아의 60%가 한 번 이상 앓는다고 한다. 원래 재발이 잦은 데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재감염을 반복하면 만성화의 길로 들어선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아 교수는 “중이염은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아 치료 없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난청이나 이명, 어지럼증, 안면 마비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음성 난청, 초기에 자각 힘들어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일찍 발견할 수 있다. 중이염에 걸리면 귀가 먹먹한 느낌과 함께 통증을 유발하므로 아이가 귀를 반복적으로 잡거나 보채는 행동을 보인다면 의심할 수 있다. 또 불러도 대답이 없다든지, TV·휴대전화 소리를 키우는 행동이 잦다면 만성화해 난청 증상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급성일 땐 항생제 치료를 기본으로 통증 정도에 따라 소염진통제를 써서 치료한다. 아이가 중이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개인위생을 준수하고 폐렴구균·인플루엔자 등의 예방접종을 통해 원인 세균에 대한 항체를 형성해두는 게 좋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요즘 청력 건강의 복병은 소음성 난청이다. 난청은 노년기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이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난청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47만 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약 34% 늘었으며 이 중 10~30대 환자가 19% 정도를 차지한다.

소음성 난청은 큰 소리 자극 탓에 생긴 청력 이상을 말한다. 예전엔 대부분 광산·건설 현장 노동자, 지하철 운행 종사자 등 직업적 특성이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최정환 교수는 “최근엔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장시간 이어폰을 착용하는 경우, 공연·클럽 등 큰 소리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젊은 연령에서도 난청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보청기 사용이 필요한 연령 또한 낮아졌다”고 말했다.

소음성 난청이 위험한 건 초기에 자각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안 들릴수록 볼륨을 계속 높여 듣다가 일상에서 대화가 잘 안 되는 지경이 돼서야 자각한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는 “젊은 층의 소음성 난청은 청력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청각 세포는 보통 90㏈ 정도의 큰 소음에 노출되면 손상되기 시작하지만, 적당히 높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될 때도 청각 세포 손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안 좋은 습관은 지하철·버스에서 음악·영상 감상을 위해 주변 소음을 뚫을 정도로 이어폰 볼륨을 높이는 것이다.

젊은 연령층에서 난청이 발생하면 향후 유병 기간이 길어져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 시기에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난청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으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선다. 약물치료나 원인에 따라 보청기, 인공와우 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귀속 신경세포도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다. 노화 현상에 따라 청력이 악화하면 노인성 난청으로 진행한다. 처음엔 ㅅ·ㅈ·ㅊ·ㅌ·ㅎ과 같은 고주파 발음이 잘 안 들리다가 점차 저주파 영역 소리까지 듣기 힘들어진다. 말소리는 들려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끄러운 곳이나 넓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소리 자극이 발생하면 말소리 구분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단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면 후회한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건강한 노인보다 우울증·인지 장애·치매에 취약하다. 진단을 받았다면 보청기나 수술을 통한 이식형 청각기기로 청력 재활에 힘써야 한다. 보청기 선택은 난청 정도나 유형, 심리 상태, 사회활동 정도를 면밀히 평가한 후 이뤄져야 한다.

착용 만족감을 높이려면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 조용한 환경에서 1~2시간 착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소음이 있는 곳으로 환경을 바꾸고 사용 시간을 늘려나간다. 큰 소리에 불쾌하지 않도록 청력 상태를 고려해 음량을 조절한다. 선우웅상 교수는 “양측 청력이 70㏈ 이상의 고도난청은 보청기로도 청력을 회복할 수 없는데 이때 인공와우 이식술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노인 환자도 이식술로 말을 지각하는 능력과 실용적인 듣기 능력 모두를 젊은 성인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향 기기 하루 60분만 사용 권장

무엇보다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선 예방이 중요하다. 귀속 신경세포는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힘들므로 질병 발생을 막고 청력 노화를 늦추는 습관을 어릴 적부터 생활화하는 게 좋다. 첫째, 생활소음에 주의한다. 특히 85㏈ 이상의 시끄러운 환경에 8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80㏈은 지하철·버스·도로·식당, 90㏈은 개인 휴대용 음향기기 수준이다. 둘째, 적절한 휴대용 음향기기 사용이다. 휴대용 음향기기는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이내로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장시간 사용할 경우 1시간 사용 후 10분 이상 쉬어준다.

셋째,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성질환을 철저히 관리한다. 당뇨병·고혈압·신부전이 있으면 뇌에서 내이로 흐르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전반적인 신체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기호식품인 술·담배·커피 역시 자제한다. 마지막은 주기적인 청력 검사다. 대부분 청력 검사는 일정 강도의 소리를 들려주고 들리는지 아닌지를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시간 이어폰 사용자나 평소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년 좀 더 정밀한 순음·어음 청력 검사를 받고 주파수별 정확한 청력을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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