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남국, 투자 규모·빈도·방식 모두 코인업계 ‘큰손’ 수준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41호 02면

‘김남국 방지법’ 통과, 코인 전문가 진단

김동환 대표는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는 코인의 증권성 인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김동환 대표는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는 코인의 증권성 인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선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됐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공개 대상에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선 현금·주식·채권·금·보석류·골동품·회원권 등과 달리 암호화폐는 아예 재산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의원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는 모든 가상자산을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포함 단 1원어치라도 가졌으면 재산으로 등록해야 한다.

미국은 공직자 코인 재산 등록 의무화

개정안은 올해 12월 초 시행될 예정이며, 대상자는 올해 1월 1일 이후의 모든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필요했던 규제인데 도입이 너무 늦었다”며 “암호화폐 투자자에게도 희소식”이라고 진단했다. 원더프레임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암호화폐 컨설팅 기업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가장 정통한 인사 중 하나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2021년 7월 처음 컨설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됐다.
“국회의원이더라도 암호화폐 투자는 할 수 있다. 범법적인 내용도 아직 확인된 게 없다. 그런데 왜 심각한 이슈가 됐느냐면 국내에서 코인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불건전한 투자 대상이란 인식이 강해서, 국회의원의 코인 투자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엄격한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좋은 규제다. 지금 국내 중·장년층 이상은 코인 투자를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젊은 세대 사이에선 긍정적인 인식이 있다. (김남국 방지법은) 이 같은 시선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일반 시민이나 말단 공무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안 되기 때문에 의원 포함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엉뚱한 일을 벌이는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의의가 있다.”
해외에선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
“미국은 2018년부터 공직자가 재산 등록을 할 때 암호화폐를 포함시키도록 의무화했고, 2019년부터는 모든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작했다. 미국도 제도화가 엄청 잘 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수년전부터 이렇게 암호화폐 투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수년간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었는데도 여태껏 기본적인 제도화조차 안 돼 있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김 의원은 코인 전문가인 것 같다.
“운용한 자금의 규모나 거래 빈도, 투자 방식 등을 보면 업계 ‘큰손’ 수준이다. 김 의원은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LP) 투자를 다섯 종류나 했다. LP 투자는 비상장 코인 시장에 거액을 투자해서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중개업자 역할을 하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인은 시도할 엄두도 못 내는 어려운 분야인데 거기에 수십억원을 운용할 만큼 과감했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단 얘기다.”
김 의원은 9억8000만원 상당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해 코인에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그렇게 60억~8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매도해서 투자했다는 건 문제는 없어 보인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상황에서 거짓말은 안 했을 거다. 그런데 김 의원은 자신의 첫 코인 투자였다고 밝힌 2016년 2월 8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 투자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2016년 2월이면 이더리움이 개당 2달러일 때다. 그때 그걸 8000만원어치 샀으면 현재 790억원어치다. 물론 그사이 팔았을 수도 있지만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나 더 이해가 안 갔던 건 (김 의원이) 이 얘기를 방송인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뒤늦게 한 점이다. 그 전엔 2021년부터 코인에 투자한 것처럼 말했는데 첫 투자 시점이 이것과 안 맞는다. 본인이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
암호화폐 투자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 논란으로 그게 아닌 걸 알았다는 여론이 있다.
“일종의 오해다. 코인 투자의 특징은 정확히는 익명성이 아닌 가명(假名)성이다. 일반 계좌처럼 실명제가 아닐 뿐 거래내역은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 블록체인이라는 거대한 온라인 장부에 주소 형태로 기록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 소유의 지갑인지가 특정되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래내역은 소상히 알 수 있다.”

코인 익명 아닌 가명성, 거래 내역 공개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다른 인터뷰에선 ‘김 의원의 코인 거래내역을 분석해보면 추적을 피하기 위한 믹싱 앤드 텀블링을 시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투자자가 자금 세탁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 믹싱 앤드 텀블링이다. 코인 지갑이 하나인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이 쉬운데, 이런 지갑을 수백 개에서 수천 개 만들어 자금을 계속 옮기면서 섞고 굴리면(mixing and tumbling)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렵다. 김 의원은 이렇게 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세간의 우려처럼 자금 세탁 가능성이 클 것 같진 않다.”
그럼 김 의원은 어떻게 했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코인에 투자했거나 시세를 인위로 조종했다면 문제가 된다. 거래소에 대한 영업 방해 또는 코인 발행 프로젝트 방해도 그렇다. 코인 발행 프로젝트에 동업 형태로 참여했어도 문제가 된다.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 진상조사단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 코인의 거래소 상장 공지 2주 전부터 이 코인을 집중 매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들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수사기관의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정황상 꼭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긴 모호한 면도 있다. 김 의원은 40여 종의 코인에 투자했는데, 그중 16종이 위믹스와 마브렉스 등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섹터의 코인이었다. 그가 P2E 섹터의 순환매 장세를 고려, 다른 P2E 코인 시세가 급등하자 다음 순서로 마브렉스의 상장과 시세 급등을 예상해 집중 매입했을 수도 있다.”
의원 겸직 금지 조항은 국회법에 있지만, 코인 관련 내부 정보 이용에 대한 규제는 국내에 없지 않나.
“코인을 증권으로 보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 검찰에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게 그래서다. 어떤 코인은 발행 조건과 취지, 외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증권으로 볼 여지가 큰 경우가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코인 발행사 리플랩스 사이 소송전의 핵심 쟁점도 리플의 증권성 여부다.”
증권성을 인정해서 코인 규제를 하는 게 바람직한가.
“양날의 검이다. 투자자 피해에 대한 구제는 쉬워진다. 반면 사업자의 코인 발행은 어려워진다. 가상자산 생태계 확장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단 얘기다. 사회가 합의할 문제다.”

닥사, 김남국 논란 계기 ‘의심거래보고 룰 유형’ 개발 중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논란을 계기로 투자자들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의 행보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닥사는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참여하는 자율협의체다. 지난해 6월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출범, 국내에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재진 닥사 상임부회장은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열어 투자자들이 닥사의 다양한 자율규제 등 가상자산 관련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선 닥사의 자율규제가 역기능이 더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닥사를 움직이는 5대 거래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이런 독점적 지위를 등에 업고 자율규제라는 명분 아래 입맛대로 특정 코인을 거래지원(상장)하거나 거꾸로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하면서 기업 이익 극대화를 도모하고, 투자자 보호는 뒷전일 수 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실제 닥사가 K코인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위믹스에 대해 지난해 12월 갑작스러운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다가, 두 달여 만인 올해 2월 코인원에서 위믹스를 재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닥사 내에서도 엇박자가 날 만큼 자율규제의 기준이 모호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닥사는 3월 상장 심사에 대한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을 공개했다. 앞서 닥사는 지난해 9월 회원사 공동으로 상장 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발표한 뒤 10월부터 시행해왔다. 닥사는 상장 심사 평가위원 관련 규정도 강화, 지난달부터 적용했다. 회원사들이 상장 심사 때 외부 전문가 ‘최소 2인 참여’ 혹은 ‘최소 참여 비율 30%’의 기준을 지켜온 것에 더해 ‘법적 위험성 평가위원 최소 1인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닥사는 이번 김남국 방지법 통과를 계기로 업권 공통의 ‘의심거래보고(STR) 룰 유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래소마다 STR 기준이 달라서 비정상적인 코인 거래 진단이 까다로울 수 있어서다. 이번 김 의원의 코인 거래내역도 일부 거래소만이 STR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닥사가 여러 문제 사례를 분석해 STR 룰 유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낮아졌던 (닥사에 대한) 신뢰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